'확실한 보강' 기업은행, 봄 배구 복귀 노린다

양형석 2023. 10. 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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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②]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

[양형석 기자]

2010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참여했지만 연고지 문제로 2011-2012 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한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창단 후 지난 시즌까지 총 12번의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창단 후 첫 7번의 시즌과 최근 5번의 시즌은 성적과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2012-2013 시즌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기업은행은 2017-2018 시즌까지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세 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의 신흥 명문구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2018-2019 시즌부터 2022-2023 시즌까지 최근 5번의 시즌 동안 우승이나 챔프전 진출은커녕 봄 배구에 진출한 시즌도 단 한 번(2020-2021 시즌)에 불과했다. 2020-2021 시즌의 정규리그 3위와 봄 배구 진출 역시 정규리그 29경기에 출전해 43.41%의 성공률(3위)로 867득점(2위)을 기록했던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베이징 BAIC 모터)의 '하드캐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시즌 36경기에서 15승을 기록하며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던 기업은행은 FA시장에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팀을 떠났지만 리그 정상급 살림꾼인 '밍키' 황민경을 영입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원하던 선수를 영입했다. 투자대비 많은 전력보강을 이뤄낸 기업은행이 이번 시즌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희진 부상 속 실망스러웠던 시즌
  
 이번 시즌 기업은행의 운명은 김희진의 복귀 시기와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 한국배구연맹
 
2021-2022 시즌을 앞두고 서남원 감독이 부임한 기업은행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가 차례로 팀을 이탈했고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은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경질됐다. 그나마 2021년12월에 김호철 감독이 부임하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가 시즌을 치를수록 리그에 적응하면서 후반기에 성적을 끌어 올리며 5위로 시즌을 마친 것이 위안거리였다.

작년 FA시장에서 '집토끼' 표승주와 신연경 리베로를 잡는 데 집중했던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190cm의 아포짓 스파이커 아나스티시아 구르바노바를 지명했다. 하지만 작년 7월에 입국해 팀 훈련을 받은 구르바노바는 기량 미달로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퇴출됐다. 결국 기업은행은 시즌 개막 열흘을 남겨두고 2021-2022 시즌에 뛰었던 달리 산타나를 다시 데려왔다.

기업은행의 더욱 큰 고민은 시즌 개막 후에 발생했다. 기업은행의 간판선수이자 V리그 최고의 인기스타 중 한 명인 김희진이 무릎부상으로 고전하다가 지난 2월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시즌을 일찍 접은 것이다. 산타나와 표승주를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용하고 김희진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배치해 공격력을 극대화하려 했던 김호철 감독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수술을 받은 김희진은 다행히 경과가 좋아 시즌 초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김희진의 부진과 부상 속에서 기업은행과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던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의 맹활약은 기업은행의 유일한 호재였다. 표승주는 지난 시즌 기업은행이 치른 정규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34.77%의 공격성공률로 529득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득점 부문 전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자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669득점의 김연경(흥국생명)에 이은 2위 기록이었다. 

임명옥(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이어 김연견(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한다혜(GS칼텍스 KIXX) 등과 '리그 넘버2 리베로' 자리를 다투는 기업은행의 '캡틴' 신연경 리베로의 투혼도 눈부셨다. 신연경 리베로는 지난 시즌 50%의 효율로 리시브 4위, 세트당 5.50개의 디그로 디그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50% 이상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5개 이상의 디그를 동시에 기록했던 선수는 임명옥과 신연경 뿐이다.

1순위 외국인과 태국 국대 세터 영입
 
 기업은행은 1/7의 확률을 뚫고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태국 국대 세터 폰푼을 지명했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재활 중인 김희진과 연봉 1억5000만 원, 옵션2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FA시장에서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히터 황민경을 영입했다. 현대건설 시절 고예림, 정지윤과 함께 왼쪽을 든든히 지켰던 황민경은 기업은행에서도 표승주의 파트너로 활약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다만 김수지의 이적으로 인해 중앙공격수의 약화가 불가피해진 것은 기업은행의 고민거리.

기업은행은 지난 5월에 있었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제치고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페퍼저축은행은 폴란드와 독일,푸에르토리코,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했던 191cm의 신장을 가진 1995년생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를 지명했다. 아베크롬비가 오른쪽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면 기업은행은 부상에서 회복한 김희진을 미들블로커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이에 앞서 4월에 열렸던 V리그 최초의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기업은행은 망설임 없이 아시아쿼터 최대어로 꼽히던 태국 대표팀의 주전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를 선택했다. 폰푼은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와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태국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한국전 승리를 이끌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세터다. 김호철 감독 역시 지명 직후부터 폰푼을 주전세터로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FA영입을 통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포지션을 대거 보강한 기업은행의 최대약점은 역시 김수지가 빠진 미들블로커다. 만약 김희진의 복귀가 늦어진다면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중앙공격수를 최정민과 김현정, 그리고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흥국생명에서 데려온 유망주 임혜림으로 꾸려 나가야 한다. 기업은행으로서는 프로에서 4번째 시즌을 맞는 최정민의 성장이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2021년 12월에 기업은행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호철 감독도 어느덧 기업은행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이제는 여자팀을 처음 지휘한다는 것도, 원하는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는 것도 핑계가 될 수 없다. 이제는 리그에서 성적을 내면서 김호철 감독의 지도력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과연 기업은행은 세 시즌 만에 봄 배구 진출에 성공하며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던 시절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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