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돈? 거꾸로 피 흐르냐" 아베, 위안부 합의후 호되게 당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되자 후폭풍은 거셌다. 한국에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굴욕 협상’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성토하며 협상 파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4일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 연재 중인 회고록을 통해 “나라고 해서 합의안에 100%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가 간 협상이라는 것은 주고받는 것이고, 우리 뜻만 100% 관철하는 협상이란 건 있을 수 없다”며 “한국의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위안부 합의가 ‘굴욕 협상’이었다면 일본에서는 오히려 큰 환영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박근혜 회고록 '없는 뒷거래까지 만든 文정권…위안부 폐기, 옥중서 참담했다' 제하의 기사는 이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6717)
그렇다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당시 일본의 반응은 어땠을까.
올해 초 발간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회고록에 따르면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것은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아베 전 총리의 회고록은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준비한 것으로 여러 민감한 내용 때문에 출간이 늦춰지다 그의 사후에 공개됐다.
아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2015년 한국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맺었을 때 보수파로부터 ‘한국에 돈을 대다니 아베는 피가 거꾸로 흐르고 있는 거냐’고 호된 비판을 받았다”며 당시 위안부 합의로 인한 대가가 만만치 않았음을 토로했다.
특히 아베 전 총리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층이 “이것을 일본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라는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한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목을 비난한 것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측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현 총리)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아베 전 총리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발표했다. 또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을 사용하여 2016년 7월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표명한 점이나 현직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일 위안부 협상에 참여했던 한국 측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로서도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협상이었다.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아베 전 총리를 구하러 나선 것은 우파 성향의 정치평론가들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그런 와중에 사쿠라이 요시코 씨 등이 ‘이 돈은 한국과의 계약금’이라는 주장을 하며 보수파를 달래줬다”며 “보수파 입장에서는 60~70점인 내가 쓰러져 버리면 그 다음엔 되려 0점 총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그를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변호한 사쿠라이 요시코는 아나운서 출신의 정치 평론가로 반공우익 성향이 강해 일본 우파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한국에 밀렸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한국 측의 로비에 비해 일본의 로비력은 약했다”며 “한국 측이 각지에서 활동한 결과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외교전에서는 한국이 한 수 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더중앙플러스’에 소개된 회고록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의 협조를 구했고, 그 결과 메르켈 총리가 이듬해 일본 방문에서 일본 측에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등 해외 정상과의 연대가 큰 힘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이와 함께 아베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과 관련해 “확실히 합의는 깨졌지만, (그로 인해) 일본이 외교에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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