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밥 먹고 가라" 섬마을 인심…뭘 먹었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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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섬에서 한 번도 밥을 굶은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 섬들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듣는 말 또한 "밥 먹고 가시오"다.
평생 다시 볼일 없을 나그네에게 생선을 굽고 국을 끓이고 밥상까지 차려주는 마음이란 대체 어떤 마음일까? 죽임이 난무하는 시대에 진정 살림의 밥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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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섬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20여년째 전국의 섬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섬의 역사와 문화, 음식을 기록해 왔다. 저자는 지나가는 길손에게도 스스럼없이 “밥 먹고 가라”고 하는 섬사람들의 인심 덕에 섬의 토속 음식 문화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24개의 섬 밥상과 25개의 섬 음식 이야기를 소개한다. 해녀 밥상에서 공동체 밥상까지, 메밀냉면에서 낙지호롱까지, 밥상과 음식에 담긴 가지각색의 사연을 전한다.
해산물 채취 배당금으로 장고도 주민들의 삶이 안정되고 행복해지자, 소문이 퍼져 인근의 섬들도 장고도를 따라 배우고 있다. 지금은 보령의 외연도, 호도, 녹도, 삽시도 등에서도 해산물 채취 배당금을 주고 있다. 물론 바지락 양식 등의 수입은 별개다. 장고도의 경우 해삼이나 전복 양식 외에 바지락 양식도 어촌계에서 주도한다. 장고도 주민들은 썰물 때가 되면 갯벌에 나가 바지락을 캘 수 있다. - p.31, 「해삼 하나로 보물섬을 만든 사람들_ 장고도」 중에서
제청에는 죽도 주민들이 집집마다 정성껏 차려낸 밥상이 줄지어 있다. 섬이 쇠락하면서 한때는 80개까지 차려졌던 밥상이 이제는 20여 개로 줄었다. 별신굿이 사라지면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섬의 토속 음식도 사라질 것이다. 개불꼬치, 문어초, 바지락 오가재비, 군소꼬치…. 별신굿이 아니면 이런 음식을 어디에서 볼 수 있으랴. 별신굿은 그냥 굿이 아니라 섬의 전통문화를 이끌어온 견인차다. 섬의 전통문화와 토속 음식은 사멸해가는 섬을 재생시킬 처방전이다. - p.84, 「마지막 남은 남해안 별신굿 밥상_ 통영 죽도」 중에서
점심상이 차려졌다. 금방 한 따뜻한 밥에 열기구이와 우럭매운탕, 전복장조림까지 진수성찬이다. 배가 고파 염치 불고하고 밥그릇과 반찬들을 싹싹 비운다. 작고 외딴섬에는 대부분 식당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섬에서 한 번도 밥을 굶은 적이 없다. 어느 큰 섬의 식당에서보다 맛나고 풍성한 밥상으로 배를 채웠다. 개발이 덜 되고 사람이 귀한 섬일수록 인심이 후하다. 그래서 그런 섬들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듣는 말 또한 “밥 먹고 가시오”다. 평생 다시 볼일 없을 나그네에게 생선을 굽고 국을 끓이고 밥상까지 차려주는 마음이란 대체 어떤 마음일까? 죽임이 난무하는 시대에 진정 살림의 밥상이 아닐까. 그 마음은 또한 보살의 마음이 아닐까. - p.109, 「보살의 밥상_ 하태도」 중에서
하화도 사람들은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는 것이 자랑이다. 모든 주민의 삼시 세끼를 마을 식당에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섬에 관광객이 몰려오고 부녀회에서 마을회관을 마을 식당으로 운영하면서 생긴 일이다. 부녀회원들은 관광객에게 음식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마을 주민 모두에게 밥상을 차려준다. 홀로 사는 노인이 많은 섬.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해결하는 노인은 드물었다.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그런데 마을 식당이 생기면서 돈도 벌고 다 함께 밥도 해서 나눠 먹으니 섬마을이 더욱 밝고 건강해졌다. 부녀회원들은 “우리 돈 욕심 부리지 말자”고 한다. 함께 밥을 해 먹고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 p.127, 「“우리 섬은 집에서 밥해 먹는 사람이 없어요”_ 여수 하화도」 중에서
날마다 섬 밥상 | 강제윤 지음 | 어른의시간 | 280쪽 | 1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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