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다시 부르기’ 넘어선 리메이크의 의미 [D:가요 뷰]

박정선 2023. 10. 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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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라면 새로운 곡으로 승부를 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과거의 노래를 다시 편곡해 부르는 ‘리메이크’ 앨범도 하나의 승부처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리메이크 곡은 과거에 발매된 좋은 음악을 지금의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소개한다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곡 자체가 가진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아메바컬쳐,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잘 만든 리메이크 앨범은 그만큼 효과가 크다. 대표적으로 가수 나얼의 리메이크 앨범 ‘백 투 더 소울 플라이트’는 2005년 발매된 당시 음반 판매량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특히 타이틀곡 ‘귀로’의 경우 원곡은 박선주가 1989년 부른 곡이지만, 현재까지 ‘나얼의 귀로’로 인식될 정도로 크게 히트했다.

가수 아이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유는 조덕배, 산울림, 양희은, 김완선 등 한국 대중 가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선배 가수들의 곡을 리메이크한 ‘꽃갈피’ 앨범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젊은 층으 물론 원곡을 익히 들어왔던 중장년층에게까지도 큰 반응을 얻었다. 대중 가수로서 세대를 아우르는 영리한 접근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앨범이기도 하다.

리메이크 앨범의 순기능을 보여준 가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히 ‘다시 부르기’를 넘어서 원곡에 자신의 해석을 덧입혀 새롭게 재창조했다는 점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리메이크 앨범은 경우에 따라서 신곡보다 더 어려운 작업 과정을 거친다. 새로운 곡은 누군가에게 곡을 받고 부르거나, 자신의 생각대로 만들어 부르면 되지만 리메이크곡은 원곡의 메시지나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가창자에 따른 새로운 해석이나 편곡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더 까다롭다”면서 “리메이크 곡이 많이 나오지만, ‘리메이크 명반’이라고 불릴만한 앨범이 손에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도 눈길을 끄는 리메이크 앨범이 나왔다. 가수 쏠은 최근 리메이크 앨범 ‘어 러브 슈프림’(A Love Supreme)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김반장과 윈디시티의 ‘러브 슈프림’,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패닉의 ‘기다리다’, 넬의 ‘마음을 잃다’,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등을 리메이크해 담았다.

쏠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원곡들 자체가 워낙 명곡이라 ‘더 좋게 만들어야겠다’는 접근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 밴드 친구들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이 곡들을 통해 표현해보자’고 말했고,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작업했다”고 밝힌 것처럼 개성이 강한 원곡들을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여 자연스럽게 풀어냈고, 그 결과 원곡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결의 생명력을 얻어냈다.

그룹 뉴이스트 출신 가수 백호는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 원곡을 선택하면서도 과감히 해석을 바꾸면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냈다. 그는 박진영이 1995년도에 발매한 히트곡 ‘엘리베이터’를 발매했는데, 서로에게 이끌리는 남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랑을 나눈다는 기존의 과감한 콘셉트를 그대로 그져가면서 조건만 살짝 바꿨다. ‘단둘’이라는 조건을 ‘만원 엘리베이터’로 재해석해 스토리가 흘러가는 과정에 변화를 줬다. 뿐만 아니라 원곡에서 말하는 듯한 빠른 랩으로 표현된 부분도 멜로디를 입히면서 자신의 강점을 돋보이도록 했다.

이들 외에도 최근엔 티아이오티, 주니엘, 케이시, 박혜원, 정동원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고 있다. 한 대중음악 작곡가는 “여전히 리메이크 곡이 안전한 선택지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 ‘쉽게 가려고 한다’는 말을 들을지 몰라도 인지도가 없는 아티스트의 경우 이슈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리메이크 곡을 만들 때는 기존 곡이 가진 인기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생각이 아닌, 새롭게 재창작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음악적 고민이 담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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