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우크라戰 양날의 검, '밀수 무기'…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이현우 2023. 10.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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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수된 이란무기 우크라 지원
17세기 조선, 일본서 총기·화약 밀수
국제 무기밀매 시장의 큰 손이 된 북한

미국 정부가 중동에서 압수한 이란산 밀수 무기와 탄약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고 밝히면서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로 전달된 서방 무기 중 상당수가 밀수돼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인데요.

원래 유엔에서는 압수된 밀수무기를 별도 보관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려워진 미국이 밀수무기 지원에 나서면서 앞으로 더 많은 압수된 무기들이 우크라이나로 전달될 전망입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지원한 탄약 규모만 해도 100만발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제 무기밀매시장의 규모는 엄청 거대한 것으로 알려져있죠.

이 무기밀매는 우리가 흔히 조선시대 역사를 배울 때 등장하는 무기인 조총(鳥銃), 즉 전장식 화승총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알려져있는데요. 17세기 조선시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대규모 무기 밀매가 성행했다고도 합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무기밀매의 역사와 함께 현재 전세계로 퍼져있는 무기밀매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美 "중동서 압수한 이란산 밀수무기, 우크라 지원"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중동 일대 해역에서 압수한 110만발 규모 7.62mm 탄약을 지난 2일 우크라이나 군대에 양도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탄약은 지난해 12월 무국적 선박에 실려 이란에서 예멘 후티반군에게 이송되던 물량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으로 미군이 압수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막대한 양의 밀수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에 압수된 이란산 탄약과 무기량만 해도 어마어마했는데요. 소총 9000정 이상, 기관총 284정, 로켓발사기 194개, 대전차유도미사일 70기, 탄약 70만발 이상 등 엄청난 규모였죠.

미국 정부가 압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지원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하원의장이 사상 처음으로 해임되며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법안이 표류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크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에서 압수된 밀수무기에 대한 유엔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선 이유도 이러한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전선상황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주요 전선에서 지난 8월부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탄약부족이 심화되면서 전선돌파가 번번이 실패했는데요. 특히 하루 소모하는 포탄 수가 러시아군의 10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전선 유지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죠.

이러한 우크라이나군의 무기부족을 압수한 밀수무기가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지만, 당장 필요한 수량의 확보에는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개전 초만해도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서방무기 중 일부가 역으로 타국에 밀수된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밀수무기가 우크라이나전에서 그야말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역사(History)1 : 명청 교체 혼란기, 일본과 무기밀매 활발했던 조선
[이미지출처=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이러한 무기밀수는 역사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지역단위가 아닌 국제적 규모의 무기밀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대항해시대가 열린 17세기 이후부터로 알려져있습니다. 당시 서양 함대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전역에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전장식 화승총이 매우 중요한 거래품목으로 떠오르면서 국제 무기밀매업이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의 아메리카 원주민 역사 전문가, 데이비드 실버만 교수의 저서 '썬더스트릭(Thundersticks)'에 따르면 17세기 네덜란드 상인들은 1630년대부터 북미지역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화승총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로인해 이로쿼이 연맹(Iroquois Confederacy) 등 북미지역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은 18세기부터는 서양에서 건너온 이주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의 총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합니다.

동아시아에는 포르투칼 상인들이 일본에 화승총을 판매하고 제조기술까지 전수되면서 기존 전쟁과 완전히 다른 초대형 국제전쟁인 임진왜란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는데요. 1543년 일본 규슈 남단의 다네가시마(種子島)에 표류한 포르투칼 상인들이 처음으로 화승총 2정을 판매한 것이 시초였다고 하죠.

임진왜란 이후 17세기 동아시아에서는 명나라와 청나라의 교체기라는 큰 지정학적 변화가 일면서 그 한가운데 놓였던 국가인 조선왕조는 일본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무기를 밀매하게 됐다고 합니다. 일본으로부터 화승총, 도검, 화약의 주 재료 중 하나인 유황을 대규모로 밀수하는 조직들이 생겼었다고 알려져있죠.

에도막부 시대인 1667년, 당시 일본의 유일한 수출입 항구였던 나가사키의 재판관련 기록을 모아놓은 나가사키 봉행소의 범과장(犯科帳)에는 조선에 무기밀수를 하다 붙잡혀 처형된 일본 밀수업자들의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100명 이상이 조사를 받고, 43명이나 처형당한 큰 사건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당시 막부의 무기수출 금지법을 위반한 죄로 대거 처형된 것으로 알려져있죠. 이들은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조선과 무기밀매를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명나라는 1644년 멸망했지만, 잔존 세력들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청나라군에 계속 저항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반청운동은 1683년 대만에서 끝까지 저항하던 정씨 가문의 동녕국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대놓고 군비확충을 하기 어려워진 조선왕조에서 민간 상인들은 물론 관리들까지 연계돼 일본과 대규모 무기밀매를 통해 총기를 확충하려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역사(History)2 : 19세기 제국주의와 함께 성장한 무기밀매업
벨기에 리에주의 옛 무기공장에 남아있는 벽화.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총기를 팔고 있는 무기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무기밀매업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하는데요. 이때까지 무기공장 대부분이 개인소유였고, 전쟁이 발생해 국가에서 수출제한 규제를 펴지 않는 이상 이 무기생산 기업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무기판매에 나섰습니다.

이미 18세기부터 주요 무기밀매업 시장이 된 서아프리카 지역은 노예와 총기를 맞바꾸는 무기밀매가 횡행했다고 하는데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조나단 그랜트 교수의 2012년 저서인 '통치자, 총, 그리고 돈(Rulers, Guns, and Money)'에 따르면 1750년부터 1807년 사이 매년 28만3000~39만4000정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총기가 서구국가에서 서아프리카로 수입되고 있었죠.

19세기 중반 이후 영국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총기 밀매시장은 더욱 확대됐다고 하는데요. 보통 유럽보다 4~5배 정도 비싼 가격에 총기가 거래됐기 때문에 수십만정의 총기와 탄약이 매년 아프리카 전역으로 수출됐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중동과 아시아지역으로도 크게 확산됐는데요.

이러한 무기밀매를 근절해야한다는 국제적인 움직임은 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 국제연맹이 창설되면서 처음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 냉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제3세계라 불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의 무기밀매 시장은 점점 커져나갔고, 2000년대 이후 이미 소형 무기 암시장 규모만 해도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시사점(Implication) : 국제 무기밀매 시장의 큰 손이 된 북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러한 무기밀매의 실상은 우리나라와 결코 동떨어져있지 않습니다. 전세계 무기밀매의 큰 손 국가로 손꼽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불과 40여km 떨어진 곳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 무기밀매 시장의 공급지라는 것이죠.

지난 2020년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개발연구대학원(The Graduate Institute of International and Development Studies) 산하 연구기관인 스몰암스서베이(Small Arms Survey)의 2020 소형무기 거래 현황(Trade Update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소형무기 거래 투명성 지표가 가장 낮은 나라로 북한과 이란이 꼽혔습니다. 이들 국가의 소형무기 거래 투명성 점수는 0점을 기록했는데요.

북한은 대북제재 속에서도 총기와 수류탄, 탄도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밀매하면서 수억달러 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적 화제가 됐던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도 무기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죠. 민간부터 국가까지 돈이 된다면 전세계 어디로든 파고드는 '죽음의 상인(Merchants of Death)'은 결코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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