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내일이 없는 듯 돈 쓰는 미국인들?

뉴욕=조슬기나 2023. 10.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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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여전히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돈을 쓰고 있다."

집을 장만하거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저축하기보다는, 콘서트, 여행, 미식활동 등 나를 위한 경험에 돈을 쓰는 미국인들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대해 WSJ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건강, 직장, 일상에 대한 장기계획의 불안정성을 느낀 이들이 '나중에 하지 못할 수 있는 것',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에 지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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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돈을 쓰고 있다.”

지난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기준금리를 무려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높은 인플레이션, 고갈되는 초과 저축, 서서히 확인되는 노동시장 냉각까지…. 이쯤이면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 때가 됐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통계상으로 여전히 탄탄하기만 하다. 8월 가계지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해 물가상승폭을 훨씬 앞질렀다. 대체 무슨 일일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지난해 Fed의 고강도 긴축이 시작되자 시장에서는 올해 중반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하지만 실제 확인된 것은 이른바 ‘체험 경제(the experience economy)’의 붐이었다. 집을 장만하거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저축하기보다는, 콘서트, 여행, 미식활동 등 나를 위한 경험에 돈을 쓰는 미국인들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대해 WSJ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건강, 직장, 일상에 대한 장기계획의 불안정성을 느낀 이들이 ‘나중에 하지 못할 수 있는 것’,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에 지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소비 추세를 확인시키는 또 다른 신조어는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 테일러+경제)’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올 상반기 전국 투어에 나서자, 공연이 열리는 지역마다 몰려든 관광객으로 인근 호텔, 음식점 등이 호황을 맞이하는 등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났다. 테일러발 경제적 효과는 이후 Fed의 경기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보고서에도 담겼을 정도다. 네덜란드 ING는 이달 초 공개한 보고서에서 테일러노믹스, 영화 바비 열풍 등을 언급하며 "엔터테인먼트가 올여름 미 경제를 활성화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비천국’ 미국에서 이러한 소비가 지속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우선 여행, 콘서트 등 최근 미 경제를 떠받친 체험 경제가 일회성 요인에 주도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여기에 팬데믹 초과 저축이 고갈되고 있고, 신용카드 대출 등 빚의 무게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채무는 이미 1조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연체율도 10여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뉴욕 연은은 과거 신용카드 연체가 급증한 5번의 사례 중 3번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의 부채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S&P글로벌은 "강력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소비가 상당히 탄력적"이라면서도 "청년층, 저소득 가구에서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더욱이 이달부터 미국에서는 학자금 대출 상환도 재개된다.

초과 저축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활발한 소비, 그리고 사상 최고치를 찍은 신용카드 채무 기록의 조합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포브스는 전미소매연맹이 지난 8월 공개한 소비지출 관련 보고서를 소개하며 ‘맥베스’에 등장하는 두 번째 마녀의 예언을 경고처럼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사악한 일이 다가온다(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 맥베스의 결말은 좋지 않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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