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미의 더쿠미] ‘명탐정 코난’ 검정 실루엣 남성이 궁금해? ‘범인 한자와씨’로!

권혜미 2023. 10.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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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눈을 반짝이면서 시청했던 ‘인생 만화’ 한 편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세계관이지만, 만화 속 인물들과 스토리에 우리의 삶은 더 즐거워지거나 위로를 받기도 하죠. ‘더쿠미’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르의 만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사람은 베이카 가에 내리지 않으니 돌아와!”

검은 실루엣의 남성, 한자와 씨가 ‘베이카 역’에 내리자 지하철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이 그를 만류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베이카 가는 ‘명탐정 코난’의 배경이 되는 죽음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자와 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죽이기 위해 이곳에 온 인물이기에.

‘범인 한자와씨’는 일본의 추리 만화 ‘명탐정 코난’의 스핀 오프다. 칸바 마유코 작가의 팬심으로 시작된 동인지였으나, ‘명탐정 코난’ 작가 아오야마 고쇼가 ‘범인 한자와씨’를 읽고 흡족해하며 ‘명탐정 코난’의 공식 스핀오프로 인정했다. 2017년 12월 1권이 발행됐으며, 지난 2월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명탐정 코난’이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찾기 위해 코난이 추리에 나서는 내용이라면, ‘범인 한자와 씨’는 범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명탐정 코난’에서 항상 검정 쫄쫄이 옷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 범인이 곧 한자와 씨다. 한자와 씨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시골에서 도쿄 베이카 가로 상경하는데, 이 도시는 어딘가 심상치 않다.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캡처

부동산 매물엔 살인사건이 발생한 집밖에 없고, TV에는 끔찍한 뉴스만 흘러나온다. 옷가게에는 피에 젖거나 어딘가 찢어진 옷이 판매되고 있고, 경찰서는 형사들이 매일 출동해있어 빈 사무실에 가깝다. 여기에 머리에 이상한 뿔이 달린 여고생 란, 목에서 매일 마취침을 빼내는 모리 탐정, 이상한 실험을 제안하는 브라운 박사, 범인 검거율 100% 메부리 경감, 여기에 한자와 씨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초등학생 코난과 고교생 명탐정 핫토리 헤이지까지. 정상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다. 베이커 가에선 오히려 한자와 씨가 가장 평범한 사람으로 보일 지경이다.

‘명탐정 코난’ 애청자라면 ‘범인 한자와씨’는 ‘명탐정 코난’을 절묘하게 비꼰 코믹 만화라는 점을 알 수 있다. 1994년 1권이 발간돼 벌써 30년째 연재되고 있는 ‘명탐정 코난’은 검은조직 일당이 먹인 약(APTX 4869)에 의해 초등학생 코난이 된 남고생 명탐정 쿠도 신이치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스토리다. 매 회 발생하는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건 덤, 결국 검은조직의 정체를 파헤치는 것이 ‘명탐정 코난’의 진짜 메인 스토리다.


하지만 지금의 ‘명탐정 코난’은 검은조직의 새로운 일원만 계속해서 등장하고 매일 비슷한 사건만 일어날 뿐, 도무지 완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탐정 코난’이 연재되고 있는 ‘주간소년 선데이’에 현재 히트작이 오직 ‘명탐정 코난’뿐으로, 만화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명탐정 코난’만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동안의 길고 긴 연재에 소재가 점점 고갈되다보니 사건들은 무리수 투성이다. 결국 베이커 가는 살인 도시로 변했으며, 오히려 ‘명탐정 코난’ 속 범인들보다 주인공들이 더욱 별종으로 여겨지는 ‘명탐정 코난’의 각종 밈이 생겼다. ‘범인 한자와씨’는 이 밈의 총집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캡처
12회까지 공개된 ‘범인 한자와씨’는 1회당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이다. 그 10분의 시간은 웃음으로 꽉 채워진다. 범인을 만나면 비정상적인 괴력을 발휘하는 란, 코난이 떴다하면 자동으로 일어나는 살인, 코난이 쏜 마취총을 너무 많이 맞아 정신이 헤롱헤롱한 모리 탐정 등 센스있게 ‘명탐정 코난’의 장기 연재를 저격하는 장면이 수두룩하다. 아마도 ‘범인 한자와씨’를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이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그래서 고쇼 작가님, ‘명탐정 코난’ 완결은 대체 언제인가요?”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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