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정치인들, 입만 열면 '서민의 편'…탐욕 버려야 신뢰 회복"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고수정 2023. 10. 8.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승현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
문재인·추미애·이해찬·이재명 등 보좌 '정치 전문가'
"총선 승리 위해 상대보다 더 통합하고 덜 분열해야"
"기득권 버리는 '사(私)보다 공(公) 우선' 정치할 것"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스무 번째 순서로 조승현(51)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을 만났다.

조 부위원장은 1998년부터 영화제작사 ㈜네오무비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2011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민주당 한명숙·문재인·추미애·이해찬·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면서 특수활동비 통제법과 동물보호법 등을 입법했고,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 이재명 대선후보 미디어특보단 부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대학원과 성신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정치의미래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한국 정치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챗GPT와 의 정치 대담집인「조승현이 묻고 챗GPT가 답하다!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출간했다.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5년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발언을 남겼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우리 정치는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는 게 국민의 여론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4류 정치'의 원인은, 바로 정치인들의 위선이다.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규정은 국민의 신뢰도와 일치한다. 기업들도 정경유착과 부패·비리 등 불법을 자행하지만, 기업의 목표인 '영리추구'에 충실했을 뿐 적어도 위선적이진 않다. 반면 공직자들 및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서는 공익을 말하면서 뒤로는 사익을 추구하는 위선을 보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공직자들과 정치인은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망이 강한 사람들 300명이 여의도에 모여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선거에서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공천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내 편만 추천하고 내 편이 아니라면 걸러내는 '사천(私薦)'이다. 사실상 줄세우기 아니면 죽이기인 '복마전(伏魔殿)'을 시스템 공천으로 포장하고 있다. 국민은 이러한 레토릭을 위선이라고 부른다."

Q. 저서 「조승현이 묻고 챗GPT가 답하다」에서도 이러한 점을 꼬집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정치 혐오의 원인을 '정치인의 위선'이라고 규정했는데, 이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구체적인 배경 또는 사례를 설명해달라.

"'정치인의 위선'은 정치의 본질과 정치인의 본성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정치의 개념은 권위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위해 가치를 배분하는 과정이다. 배분은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국가가 국민에게 '다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를 내십시오' '대입정원의 5%는 지역인재특별전형으로 뽑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특정인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강제하는 것이니 강요다.

정치란 특정 공동체 구성원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정치인들 스스로는 절대로 그 무엇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양보를 하라고 하니 설득력이 있겠나. 국회의원들 자신은 특권을 누리면서, 국민들에게 의무를 부담시킨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나.

정치인들은 입만 벌리면 '서민의 편' '서민의 정당'을 말한다. 그러나 그 서민들은 불볕더위의 한여름이든 칼바람 부는 한겨울이든 뚜벅뚜벅 만원버스, 지옥철을 타고 다니는데, 정치인들은 서민의 세금으로 최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정치인들은 입만 벌리면 '저출생'과 '인구 절벽'을 말한다. 그러나 혼인 적령기의 국민들이 신혼여행은커녕 결혼조차 꿈꾸지 못하는데,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출장을 빙자해 신혼부부들이 낸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다.

또 정치인들은 입만 벌리면 청년 정치, MZ와의 소통을 말한다. 그러나 그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서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세 걱정에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사먹는데, 정치인 등 고위공직자들은 최고급 한정식집이나 일식집에서 청년들이 낸 세금으로 오찬과 만찬을 즐긴다. 정치인들은 입만 벌리면 '국토 균형발전'과 '인구 소멸'을 말한다. 그러나 지방의 기업은 점점 줄어들고 지방의 대학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서울에,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본인의 지역구에선 전·월세를 살면서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국회의원도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축재를 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부를 추구하면서 축재를 한다면, 정치인들이 입안한 정책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 신자유주의 및 능력주의와 서열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신은 지방의원-국회의원-장관-당대표-총리-대통령으로 더 올라갈 생각만 하는 정치인들의 말에 과연 영(令)이 서겠나. 정치인들이 탐욕을 버려야 위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며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됨으로써 국정운영이 성공할 수 있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이번 21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21대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를 잘 모르는, 정치를 혐오하는 반(反)정치적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예속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2012년, 19대 국회의원이었던 한명숙 전 총리의 비서관으로 임용돼 국회에 왔다. 국회 상임위 중 카메라 앞에서 삿대질하고 싸우던 국회의원들이 옆방의 소회의실로 오더니 '(폴더인사를 하며) 선배님, 죄송합니다' '괜찮아. 나도 미안해'라고 대화하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다. 순간 그들이 '쇼'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양극화가 심화돼 비판과 견제가 아니라 증오와 저주만 난무하는 현재의 여의도를 보면 10년 전이 나았던 것 같다. 이러한 정치 양극화의 심화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미디어 환경이 변해버림으로써 기인한 것도 있지만, 낙하산 인사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 준 공공기관, 공기업, 각종 협회, 민영기업 등에 수만 명의 여당 인사들이 취업하고, 동시에 수만 명의 야당 인사들이 실직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집권여당의 국정 운영이 실패해야 야당이 정권교체 여론에 힘입어 집권할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여당 발목잡기에 매진하며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사활을 건다. 집권여당을 끌어내려야 야당 인사들의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가 잘 돼야 대한민국이 잘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고 해도, 그저 레토릭일뿐 속으로는 상대 당이 실패하고 망하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당의 역할인 비판과 견제를 넘어서 증오와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정적으로 생각한다. 여당 인사들도 실직을 하지 않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협치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통합이 안 되며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필연적 결과이긴 하지만, 상대방이 실패하고 망하기만 기원하는 이분법적 정치가 국가 발전의 걸림돌인 것도 사실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다."

Q.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 배경은 뭐라고 보나.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은 '야당의 딜레마'다. 대통령이 700조원의 예산과 수만 명의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입법권과 예산편성권까지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야당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특히 정권교체 직후(2008년), 대선패배 직후(2013년)에는 야당이 더 힘을 못 쓴다. 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권력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야당에 돌아오는 것은 욕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 3년차까지는 야당이 뭘 해도 욕 먹는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은 검찰·경찰·감사원 등 국가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 야당 대표 죽이기 및 야당 파괴 공작을 통해 총선승리를 획책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착실하게, 아니 악랄하게 실행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정도의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그래도 이재명이라는 구심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민주당의 문제점으로 계파 갈등도 거론되는데, 현재 당내 계파 문제는 어떻다고 보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홍, 계파갈등은 결국 '공천을 받냐, 못 받냐' '재선이 되냐, 안 되냐' 싸움이다. 그러나 싸움에는 룰이 있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윤석열 정권이 야당을 파괴하기 위해 정치검찰을 통해 야당대표에 대한 조작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의 공천과 재선을 위해서 금도를 벗어난 정치인들도 자신의 진심을 이렇게 포장한다. '당을 위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있는 당대표가 물러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위선이며,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정치혐오의 원인이다.

자신의 재선이라는 사익을 위해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편에 서서 당원 77.77%가 뽑은 당대표를 '날리면' 하려고 한 것은 반(反)민주적인 정치행위다. 그러나 누가 그 분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나. 어떤 정치인이든 자신의 천직을 유지하기 위해 욕망을 내려놓기는 힘들 것이다. 더구나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더 통합하고 덜 분열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정치 개혁이 이뤄지려면 참신한 인재를 다양하게 수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나 조승현이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런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나.

"'공(公) 51% : 사(私) 49%' 기준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 예전부터 특수활동비에 대해 '국민의 세금을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졌으며, 결국 과거 추미애 대표를 보좌할 때 국가재정법, 예산회계에관한특례법, 국회법, 감사원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국회의원 91명의 공동발의로 '특수활동비 통제법'을 발의하도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 폐지에 앞장섰던 경험이 있다.

당시 추 대표에게 법안에 대해 보고하면서 '대표님, 이 법안 발의하면 여기저기서 욕 먹게 될 것 같다'라고 했더니 추 의원은 '옳은 일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한다'라고 답했다. 그 때 '사(私)보다 공(公)을 우선하는 정치'를 배웠다. 내가 추 대표를 존경하는 이유다.

나도 꿈이 있다. 정확하게는 정치인으로서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 누구보다 욕망이 강하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의 욕망은, 욕심을 버리기 위한 욕망이다. 다시 말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특권을 내려놓는 최초의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국회의원 직이 주어진다면, 기득권을 버리고 특권을 내려놓는 입법을 하겠다.

예컨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최고급 자동차를 탈 수 없도록 하는 '고위공직자 경차법' △해외출장의 비용 대비 일정 등을 심사해서 꼭 필요한 연수만 허락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측면도 있으니 자기 부담금 10%를 내도록 하는 '해외연수 심사법' △특수활동비를 국회에서 비공개로 감사하는 '특수활동비 통제법' 등의 법안을 만들고 싶다.

내 밥그릇을 비우고 국민의 밥그릇을 채우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