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마침내 차기 에이스 '문동주'를 찾았습니다

배영은 2023. 10. 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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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따서 정말 좋고, 제가 한몫한 것 같아서 더 많이 좋습니다."

한국 야구가 마침내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를 찾았다. 프로 2년 차 오른손 강속구 투수 문동주(20·한화 이글스)다. 문동주는 지난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제압해 2-0 승리를 이끌었다.

야구 금메달의 주역 문동주(가운데)가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꺾고 우승한 뒤 동료들과 셀피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문동주는 지난 2일 조별리그 대만전에도 선발 등판했다. 4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상대 선발 린여우민(6이닝 무실점)에게 판정패했다. 그 아쉬움을 결승전 역투로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번엔 린여우민이 2점을 내주고 5이닝 만에 물러났다. 가장 강한 상대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다시 만나 '금메달'과 '설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한국 야구는 문동주의 호투를 앞세워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은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후, 새 에이스를 급하게 구하던 한국 야구가 마침내 적임자를 만난 모양새다.

문동주는 "한 번 져봤기 때문에 경기를 더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력분석팀에서 많이 도와주셨고, (포수) 김형준 형의 리드가 정말 좋아서 그대로 잘 따랐다"며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과 다 같이 열심히 대비한 결과가 내 투구로 나타났을 뿐이다. 그래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공을 돌렸다.

야구 금메달의 주역 문동주(가운데)가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꺾고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동주는 결승전에서 딱 두 번 위기를 맞았다. 첫 이닝인 1회와 마지막 이닝인 6회였다. 대만 타자 9명 중 8명을 무피안타로 막았는데, 유일하게 리드오프 정쭝저가 3안타(2루타 2개)를 치며 문동주를 괴롭혔다.

1회 초엔 선두타자 정쭝저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해 1사 3루에 몰렸다. 문동주는 3번 린리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의 발을 묶어놓은 뒤 4번 린안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 1사 후에도 다시 정쭝저에게 오른쪽 펜스 상단에 맞고 떨어지는 2루타를 내줬다. 대만 벤치에서 '홈런이 아니냐'고 항의했을 정도로 큼직한 타구였다. 가슴을 쓸어내린 문동주는 전열을 재정비했다. 후속 타자 린쯔웨이와 린리에게 공 6개를 던져 여섯 번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대만의 간판타자 두 명이 연속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야구 금메달의 주역 문동주(가운데)가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6회 말 2사 2루에서 대만의 린리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동주는 "위기에서는 늘 똑같이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지는데, 결승전에선 (조별리그 때보다) 내 마음이 더 간절했던 것 같다"며 "정쭝저 선수가 정말 잘 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더 멋진 승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위기를 벗어난 문동주는 평소보다 훨씬 크게 감정을 표현했다.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을 팡팡 치며 포효했다. 그는 "평소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됐다. 내가 그 정도로 격하게 표현할 줄은 나도 몰랐다"며 "역시 그만큼 간절했나보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야구 금메달의 주역 문동주(가운데)가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꺾고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동주의 아버지는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인 문준흠(49)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이다. 문 감독은 2010년 광저우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육상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다. 문동주는 "아빠가 처음 코치로 아시안게임에 다녀오셨던 어린 시절부터, 금메달은 내가 늘 입에 달고 다니던 꿈이다. 그 꿈을 이루게 돼서 정말 좋다"고 했다.

이제 문동주는 한화로 돌아가 다시 또 다른 출발선에 선다. 그는 "가족, 한화의 감독님·코치님·선배님들, 지인과 친구들 모두 결승전을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분들께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모두의 간절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돼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화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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