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엄지 척 '황선홍 매직'…감독은 벌써 다음을 본다 "내일부터 올림픽 예선 준비" [항저우 2022]

차승윤 2023. 10. 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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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0097="">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을 차지한 대표팀 선수들이 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황선홍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우승이 주는 (기쁨은) 오늘 하루뿐인 것 같다. 올림픽 예선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내일부터 다시 일하고 싶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남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G 역사상 남자축구 종목 역사상 3회 연속 금메달을 수상한 건 이번 한국 대표팀이 처음이다.

황선홍 감독이 그동안 받은 모든 물음표를 씻어낸 완벽한 마무리였다. 선수 시절 황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공격수였다. 명성은 지도자가 된 후에도 이어졌다. 특히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를 이끄는 동안 리그 대표 '명장'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FC 서울과 대전 하나시티즌(당시 K리그2)을 거치는 동안 포항 시절과 같은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맡은 이번 대회 역시 팬들로부터 지지보다는 의문의 눈길을 받아야 했다.

<yonhap photo-4351="">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 시작에 앞서 황선홍 감독과 주장 백승호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본 대회 전까지 성과도 그리 좋지 못했다. 지난달 치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B조 예선 첫 경기였던 카타르전에서 0-2로 패했다. 이후 승리를 추가해 올림픽행 티켓은 얻었지만, 전술과 선수 기용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그를 따라왔다. AG에 가서는 '참사'가 나올 수 있다는 회의감과 우려가 섞인 예상까지 나왔다.

황 감독은 결과로 증명했다. 축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 기간 27득점 3실점의 완벽한 경기력으로 아시아를 제패했다. 대회 내내 로테이션 기용을 고수한 덕분에 선수들의 체력과 기량이 마지막 결승전까지도 유지됐다.

<yonhap photo-4964="">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 안재준과 교체아웃된 이강인을 황선홍 감독이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황 감독의 리더십은 함께 한 선수들이 누구보다도 피부로 느낀다. 와일드카드로 이번 대표팀에 참가한 설영우(울산 현대)는 우승 후 취재진과 만나 "정말 '매직'이었던 것 같다. 난 대표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축이었다. 처음 왔을 때 팀 전술 등을 잘 모르고 시작해 대회를 준비하는 내내 스스로도 물음표가 따랐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어쨌든 축구는 결과로 말을 하는 거다. 결국 감독님께서 좋은 성과를 내셨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영욱(상무)도 "영우 말에 공감한다. 이번 일본과 결승전을 하기 전 감독님께서는 '의심하지 마라.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자신을) 무조건 믿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 믿음을 모든 팀원들이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고, 우리 실력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으셨다. 그랬기에 오늘(7일) 선제 골을 당하고 나서도 선수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역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짚었다.

<yonhap photo-5222="">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전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황선홍 감독이 정우영을 안으며 격려하고 있다. 한국은 대회 최초 3연패를 기록했으며, 총 6번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yonhap>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자로서 (AG 우승이) 끝이 아니다. 계속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내일이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갈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또 이루기 위해 노력할 거다. 묵묵히 내 길을 가야 한다"라며 "우승이 주는 (기쁨은) 오늘 하루뿐인 것 같다. 올림픽 예선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내일부터 다시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웃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인터뷰실에 들어와서는 항상 냉정한 표정으로 그날 경기를 짚고 돌아갈 때가 많았다. 결승전은 달랐다. 피치에서도, 인터뷰실에서도 웃는 모습이 나왔다.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고, 수고했다고 얘기해줬다. 대회 기간 내내 긴장감을 유지했던 건 토너먼트 대회에서 심리적인 면이 크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즐기자고 이야기했다. 심리 컨트롤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며 "난 웃는 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정말 좋아한다"고 웃었다.

<yonhap photo-4346="">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중국과의 경기. 한국 황선홍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이제 다음은 파리 올림픽을 향한 준비다. 황 감독은 "축구라는 게 점점 디테일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원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대회에서는 피지컬 파트, 분석 파트와 같이 일했다. 정우영을 60분에 교체한다면 그건 그 선수의 퍼포먼스가 60분이 지나면 소진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은 (적시에) 교체하면서 활용한다. 이런 부분에서 지원이 없으면 축구가 쉽지 않다. 피지컬 분석 파트를 늘려서 선수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 그런 부분을 메워서 파리 올림픽에 준비할 수 있다면, 자신 있다"고 다짐했다.

항저우(중국)=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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