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언니들 실력에 울었던 임시현, 밤낮으로 활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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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한국 양궁 언니들은 진짜 활을 잘 쏴요."
항저우아시안게임 양궁 3관왕에 오른 '막내 에이스' 임시현(20·한국체대)은 고교 시절 도쿄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를 가리는 선발전에서 떨어진 뒤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임시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양궁부가 생기면서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처음 활을 잡았다.
어릴 적 활을 잘 쏘는 '양궁 언니'들 때문에 울었던 임시현은 그들을 따라가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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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들 “위기에 강한 선수”…올해 초 태극마크 달고 AG 3관왕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한국 양궁 언니들은 진짜 활을 잘 쏴요.”
항저우아시안게임 양궁 3관왕에 오른 ‘막내 에이스’ 임시현(20·한국체대)은 고교 시절 도쿄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를 가리는 선발전에서 떨어진 뒤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많이 울기도 했단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운동에 몰두했다. 지난해 선발전에서도 5위에 그쳐 한 차례 실패를 겪었지만 올해는 태극마크를 단 뒤 승승장구했고, 결국 37년 만에 한국 양궁에서 나온 아시안게임 3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임시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양궁부가 생기면서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처음 활을 잡았다. 가슴으로 공을 받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던 축구부 코치의 제안도 있었지만 양궁의 길을 선택했다. 중학교 생활은 본가인 강원도 강릉을 떠나 양궁부가 있는 원주에서 했다. 열심히 활을 쐈지만 기대와는 달리 원하는 만큼의 대회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부각되는 선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스스로 실력을 입증하며 길을 개척해야 했다. 임시현은 죽기 살기로 고교 입시 준비에 매진했다. 실패하면 양궁을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 임시현의 어머니 고다현씨는 “그때 시현이가 힘들어서 잠깐 망설였다. 한 번만 더 도전하라고 다독였다”며 “본인도 의지가 강해 마음을 다잡고 연습했던 것 같다. 현장 실기에 합격해 서울체고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고 국민일보에 전했다.
연습만이 살 길이었다. 임시현은 성인 무대에 진입하기 전까지 ‘실력’을 보여줘야 했다. 훈련량을 늘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을 쐈다. 지도자들이 말릴 정도로 훈련을 했단다. 몸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평일 훈련 중 30분의 휴식이 주어지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선 다시 나타났다. 점심 땐 밥만 먹고 시간을 쪼개 보강 운동을 한 뒤 오후 훈련에 나섰다. 일주일에 한 번 훈련을 쉬는 일요일에도 활을 놓지 않았다.
민수정 서울체고 코치는 “쉬는 시간을 거의 체력 훈련으로 채웠었다. 하루 평균 9~10시간은 운동만 했다”고 전했다. 임시현을 지도 중인 김동국 한국체대 교수는 “성실한 노력파다. 승부욕이 강하고 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한다”고 말했다. 주위 동료 선수들도 임시현의 노력에 많은 동기 부여를 받는다고 한다.
지도자들은 “임시현은 위기에 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멘털이 중요한 양궁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최악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이겨내는 게 시현이의 무기”라며 “평소엔 또래 여학생들과 수다 떨기 좋아하는 순수한 대학생이다. 경기장만 가면 정말 매섭게 변한다”고 말했다. 민 코치는 “항상 위기에 더 강했다. 평소엔 되게 밝고 잘 웃는다”고 전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면 심리학 관련 책을 읽고 자신감을 되찾기도 한단다.
임시현의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올해 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가대표 선발전 1위에 올랐다. 7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리커브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 이어 3관왕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시상식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임시현은 “열심히 준비했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빛나서 너무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했다”며 “언니들을 잘 따라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내년에는 파리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어릴 적 활을 잘 쏘는 ‘양궁 언니’들 때문에 울었던 임시현은 그들을 따라가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이제는 자신도 누군가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양궁 언니’가 됐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이누리 기자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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