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날아오른 황선홍 감독 "내일부터 올림픽 준비, 자신있다"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황선홍(55)이 지도자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며 명 감독 반열에 올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4세 이하(U-24) 축구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한일전으로 치러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조영욱(김천)의 연속골에 힘 입어 일본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014년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은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황 감독은 "결승전은 항상 어렵다. 최선을 다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성원해준 팬 덕분이다. 감사하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지원스태프와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런 영광이 없었다.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A대표팀 사령탑'이라는 목표를 밝히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을 통해 검증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가시밭길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게임 1년 연기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지난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과의 8강전에서 0-3 완패를 당하며 탈락해 비판 받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 6월 치른 중국과의 두 차례 원정 평가전도 황 감독에겐 위기였다.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두 번째 경기에선 0-1 패배까지 떠안아 '경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받았던 수비수 이상민(성남)의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게 논란이 돼 중도하차했다. 이어 에이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부상과 합류 시점 등과 관련해 악재와 변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 직전엔 2024 파리올림픽 예선까지 치르면서 다른 연령대의 2개 팀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그때마다 황 감독은 "해내야 한다. 해내라고 나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임하는 각오를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라고 밝혔다.
황 감독은 결국 해냈다. 그는 전승 우승으로 지도력을 입증했다. 게다가 완벽한 우승이라고 부를 만하다. 결승까지 치른 7경기에서 27득점 3실점이라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대회 내내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기용하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도 금메달을 따내는 '팔색조 전술'도 돋보였다. 덕분에 선수 전원이 체력을 안배했다. 황 감독은 "토너먼트 승부상 수비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공격은 개성이 워낙 강하기 떄문에 틀에 갇히지 않고 선수 퍼즐을 짰다"고 비결을 밝혔다.
황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로 파리 올림픽까지 계약을 지속할지 대한축구협회의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다. 목표였던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면서 내년 파리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대회 내내 한 번도 미소를 보이지 않았던 황 감독은 금메달이 확정되던 순간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황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A매치 103경기에 50골을 남긴 한국 축구의 레전드 골잡이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58골)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 최다 득점 2위의 기록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로 한국의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2-0)을 이끌었다.
은퇴 후인 2003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07년 12월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고,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시절엔 첫 성공도 거뒀다. 2012년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감독 생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엔 외국인 선수 없이 K리그1과 FA컵을 모두 제패했다. 하지만 이후 고전했다. 2016년 FC서울, 2020 대전하나시티즌에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물러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화려하게 재기한 황선홍 감독은 "(지도자 인생은) '계속 진행형'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에 내일이면 무언가를 또 갈망할 것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묵묵히 내 길을 갈 것이다. 내일부턴 다시 올림픽 예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구상도 이미 해뒀다. 황 감독은 "축구는 점점 디테일해진다. 지원이 돼야 한다. 피지컬과 분석 파트와 같이 일하고 있다. 정우영을 60분에 교체하는 이유는 그 선수의 포퍼먼스가 60분에 소진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나눠서 교체로 활용한다. 이런 부분이 지원이 없으면 축구 쉽지 않다. 피지컬 분석 파트를 늘려서 선수들에게 도움 줘야 한다.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 축구 발전 안된다. 그런 부분을 메워서 파리올림픽을 준비한다면 자신있다"고 밝혔다.
항저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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