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안세영, 中 천위페이 꺾고 여자단식 금메달→2관왕 [항저우AG]

유준상 기자 2023. 10. 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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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부상에도 굴하지 않은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이 세계랭킹 1위다운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세계랭킹 3위)를 2-1(21-18 17-21 21-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여자 단체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다.

안세영은 2021년 도쿄올림픽 여자 단식 8강에서 천위페이에 0-2로 패배하며 무릎을 꿇었으나 올해 8번의 맞대결에서 6승을 따낼 정도로 흐름이 좋았다. 이번 대회 여자 단체전에서도 2-0 승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 바 있다.

준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세계랭킹 5위)를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온 안세영은 그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1게임 중반까지 천위페이와 접전을 벌인 안세영은 16-15에서 대각선으로 헤어핀을 구사한 데 이어 상대의 범실로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이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안세영이 18-16에서 치열한 랠리를 벌이다가 실점 이후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의료진 호출 이후 급하게 응급처치를 받았다.

통증 속에서도 정신력을 발휘한 안세영은 18-17에서 천위페이의 연이은 범실로 먼저 게임 포인트에 도달한 뒤 20-18에서 천위페이의 범실로 1게임을 매듭지었지만,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다.

무릎 통증의 여파가 이어진 2게임 초반 안세영은 천위페이의 날카로운 공격에 고전했다. 1게임 중반에 비해 안세영의 움직임이 훨씬 느려졌다. 5-11에서 점수를 헌납한 이후에는 다리를 절뚝이기도 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하태권 KBS 배드민턴 해설위원은 "천위페이의 정확한 스매싱을 커버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움직임이 나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포기하지 않은 안세영은 11-16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면서 3점 차로 거리를 좁혔고, 16-18까지 따라붙으면서 천위페이를 압박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무릎에 테이핑을 한 상태로 경기를 이어갔고,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금메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16-19에서 챌린지에 성공한 안세영은 귀중한 1점을 획득했으나 범실로 1점을 내줬고, 더 이상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그대로 2게임을 끝냈다.

하지만 안세영은 쓰러지지 않았다. 짧게나마 아이싱과 테이핑으로 재정비를 마친 뒤 3게임에 돌입했고, 연속 3득점 이후 날카로운 대각선 공격까지 성공했다. 1점을 더 보탠 안세영은 5-0으로 앞서나가며 확실하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게임에서 안세영 못지않게 많은 체력을 소모한 천위페이의 움직임도 다소 무뎌졌다.

3게임 초반 주도권을 잡은 안세영은 7-2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상대의 범실을 유도했다. 8-4에서는 천위페이의 연속 범실로 10점 고지를 먼저 밟은 데 이어 기나긴 랠리 끝에 10-5에서 날카로운 푸시 공격을 선보이면서 금메달과 좀 더 가까워졌다.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한 천위페이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11점에 도착한 안세영은 숨을 고른 뒤 천위페이의 연속 범실과 네트 위를 스쳐지나가는 행운의 득점으로 격차를 14-6까지 벌렸고, 또 한 번 범실을 기록한 천위페이의 얼굴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간 안세영은 방심하지 않고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고, 매치 포인트에 다다르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다리에 쥐가 난 천위페이는 더 이상 추격할 수 없었다. 금메달 확정 이후 환호한 안세영은 눈물을 흘리며 금메달의 기쁨을 맛봤다. 상대 천위페이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적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기량이 발전한 안세영은 1월 인도오픈와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지난 3월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또한 6월 태국오픈과 싱가포르오픈에 이어 7월 코리아오픈과 일본오픈 우승까지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갔다.

특히 안세영이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뽐낸 건 8월 세계선수권대회였다. 그는 쟁쟁한 선수들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여기에 지난달 초 중국오픈에서도 여자 단식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리허설을 완벽하게 마쳤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손에 넣으면서 세계 톱 클래스의 자격을 증명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해진 헤어핀과 클리어뿐만 아니라 상대의 까다로운 공격도 받아내는 집중력까지 발휘하며 그토록 자신이 원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2개나 수확했다. 특히 대회 내내 중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졌지만, 그런 분위기를 전혀 개의치 않은 안세영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결승에서는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천위페이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안세영에게 남은 건 이제 올림픽 정상이다. 내년 7월 열리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안세영이 남은 9개월여 동안 재정비를 통해서 이루지 못한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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