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상병 조영욱, 전역골로 웃었다…황선홍호 멀티 공격수 진가 톡톡 [항저우 라이브]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슈팅 몬스터' 조영욱(김천 상무)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 상대로 역전골을 터트리며 아시안게임 3연패와 조기 전역을 스스로 해냈따.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남자축구 대표팀은 7일 오후 9시 중국 저장성 항저우 황룽스포츠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1분20초 만에 상대 원톱 우치노 고타로에게 일격을 당했으나 전반 27분 정우영의 동점골이 나오면서 전반전을 한 골씩 주고받으며 후반전을 맞게 됐다.
이날 4-4-2 포메이션을 꺼내든 황선홍 감독은 이번 대회 2실점만 내준 이광연에게 골문을 다시 한 번 맡겼다. 백4는 박규현, 박진섭, 이한범, 황재원으로 구성됐으며 중원엔 백승호, 정호연이 자리잡았다. 엄원상, 이강인이 양날개로 호흡을 맞췄다. 조영욱이 고영준과 전방 투톱을 이뤘다.
일본은 4-5-1로 맞선다. 후지타 가즈키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오쿠다 하야토, 요시다 마나토, 야마사키 다이치, 바바 세이야가 수비 라인을 형성했다. 마쓰오카 다이키, 시게미 마사토, 니시카와 준, 마쓰무라 유타, 사토 케인이 중원을 이뤘다. 우치노 홀로 최전방에 섰다.
한국은 전열을 정비할 새도 없이 한 방 얻어맞았다.
일본의 첫 공격에서 사토가 왼쪽 측면을 파고 들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이광연이 쳐냈으나 볼이 시게미 앞으로 떨어졌다. 시게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밀어준 볼을 우치노가 한 번 잡은 뒤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일본 벤치는 일제히 뛰쳐나와 기뻐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상 첫 3연패를 노크했으나 일단 한 골 내주고 시작하는 상황을 맞았다.
기세를 탄 일본은 계속 한국을 몰아쳤다. 전반 15분 선제골 주인공 우치노가 한국 수비진 뒤로 침투하면서 슈팅을 시도했고, 이를 이광연이 안전하게 잡아냈다. 이후 부심이 깃발을 들면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주심은 그 전 한국의 반칙을 선언하면서 일본에 프리킥을 줬다. 다행히 프리킥 상황에서도 일본이 오프사이드를 범하면서 한국은 상대 공세를 차단했다.
한국도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반격에 나섰다. 전반 18분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좋은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공을 잡은 이강인은 수비수를 제친 뒤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박스 안에 있던 조영욱이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승리해 헤더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러던 한국은 전반 27분 드디어 웃었다. 백승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에 막힌 뒤 이를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 중인 황재원이 오른발로 감아 올렸다. 이를 정우영이 상대 수비 뒤에서 훌쩍 뛰어올라 헤더골로 완성했다.
정우영은 이번 대회 8호골을 작렬시키며 득점왕을 사실상 예약했다. 정우영은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해트트릭,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 멀티골 등 이번 대회에서 황선홍호 황태자로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윙어임에도 적극적인 공격으로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에서 주전으로 뛰는 클래스를 여지 없이 발휘하고 있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내친 김에 역전골까지 노리며 공세를 강화했다. 전반 29분 동점골 주인공 정우영이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에 성공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조영욱이 좋은 움직임으로 머리에 맞춰 역전골을 노렸지만 후지타 골키퍼 선방에 가로막혔다.
전반 32분엔 수비수 박진섭이 머리에 출혈이 발생해 잠시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 펼쳐졌다. 교체 가능성도 있었지만 머리에 붕대를 감고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오면서 우승을 위한 '붕대 투혼'을 감행했다.
전반 37분엔 대표팀 에이스 이강인이 일본이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는 틈을 노려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주발인 왼발이 아닌 오른발에 맞아 부정확한 슈팅이 되면서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이강인은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공격에 활기를 더했다. 전반 41분 오른쪽 측면에서 화려한 움직임으로 일본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강인의 크로스는 아쉽게도 일본 수비수 야마사키 발에 걸리면서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전반 42분엔 정우영이 거리가 있음에도 박스 밖에 크로스가 아닌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정우영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후지타 골키퍼가 무리 없이 잡아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이 모두 소진될 동안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양 팀은 전반전을 0-0으로 마무리. 아시안게임 챔피언을 후반전에 가리게 됐다. 리드를 잡지 못했지만 전반 45분 동안 한국은 슈팅 횟수 7회, 유효슈팅 횟수 3회를 기록하면서 일본(슈팅 4회, 유효슈팅 1회) 기세를 억누르는데 성공했다.
후반 10분 드디어 한국이 경기를 뒤집으면서 리드를 잡았다. 아시안게임 결승전 결승골이 될 수 있는 득점을 터트린 건 '슈팅 몬스터' 조영욱이었다.
황재원이 박스 인근까지 돌파에 성공한 뒤 박스 안에 있던 정우영에게 패스했다. 정우영이 공을 잡기 전에 일본 수비수 요시다가 한 발 먼저 공을 건드리는데 성공했지만, 이 공이 조영욱 앞으로 흘러갔다. 이를 예상하지 못해 자세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조영욱은 어떻게든 슈팅을 가져갔고, 이 슈팅은 일본 골망을 흔들면서 스코어 2-1을 만들었다.
일본전 역전골로 조영욱은 아시안게임 4호골을 기록했다. 조영욱의 득점에 힘입어 한국은 아시안게임 3연패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역전골에 성공한 조영욱은 후반 26분 함께 선발 출전한 이강인과 함께 교체 아웃되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 상대로 역전골을 터트리면서 한국 축구 팬들은 조영욱이 '조기 전역'을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모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국가대표팀에서 소속팀이 김천 상무인 선수는 조영욱이 유일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병역법이 개정돼 군 복무 중인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또는 올림픽 메달을 따내면 곧바로 전역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2024년 7월 14일에 전역할 예정인 조영욱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곧바로 전역에 원 소속팀인 FC서울로 돌아가게 된다.
청소년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조영욱은 2013년부터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14세 이하(U-14) 대표팀에 발탁돼 2013 난징 아시안 유스 게임에 출전한 조영욱은 대회 결승전까지 6경기에 모두 출전해 3골 1도움을 기록했으며, 1999년생으로 와일드카드로 뽑히지 않는 한 더 이상 연령별 대표팀에서 뛸 수 없는 조영욱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발탁돼 마지막 대회를 준비 중이다.
프로로 데뷔한 이후엔 FC서울에서 5년간 뛰다가 올해 군팀 김천 상무에 온 조영욱을 K리그2 28경기에서 13골을 터트리면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6월10일 안산전부터 7월23일 경남전까지 7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아시안게임 앞두고 절정의 골 감각을 뽐냈다. 대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총 4골을 뽑아내며 공격의 핵심 역할을 100% 수행했다.
클럽에서 보여준 좋은 경기력이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져 '조기 전역'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조영욱은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축구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군인으로서 대회를 앞둔 각오를 묻는 질문에 "군인 신분이어서라기보다 우선 우승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대회 2연패를 했으니 우리도 당연히 그 기록을 이어가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우승을 제외한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선 "다연히 공격수로서 우선 득점을 생각하고 있다.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잡으려고 하진 않는다. 우선 개인적인 목표로는 3골 정도로 잡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일본전 역전골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4골을 터트리며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조영욱의 역전골을 황선홍호가 끝까지 지켜내면서 조영욱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 아시안게임 우승과 조기 전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후반 30분이 흐른 가운데 스코어는 여전이 2-1로 한국이 앞섰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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