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잃은 눈의 아버지…러 공습에 잠자던 10살 아들 숨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오전 6시 30분쯤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주요 도시인 하르키우 시내에 러시아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음이 뒤따랐고, 이 중 한 발이 10살 소년 티모피 비츠코가 자고 있던 3층짜리 아파트에 떨어졌다.
아파트 상층부 3분의 1을 무너뜨릴 만큼 강한 폭발로 건물 내부는 무너져 내렸다. 티모피의 아버지 올레흐는 잔해 속에서 아내와 막내아들을 구했지만, 할머니와 함께 자던 티모피는 찾지 못했다. 결국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야 부서진 벽돌 사이에 스파이더맨 잠옷을 입고 숨진 티모피와 할머니가 발견됐다.
올레흐는 아들이 자기 몸보다 두 배는 큰 시신 운반용 가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절망 속에 바라봤다. 맨발에 샌들을 신은 잠옷 차림의 그는 바지 한쪽이 무릎까지 올라와 있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의 옷에는 먼지와 피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텔레그래프는 올레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르키우에 떨어진 또 다른 미사일은 시내 한복판에 4.5m 깊이의 커다란 구멍을 만들고 호텔 등 주변 건물을 파손했다.
현지 당국은 러시아군이 이번 공격에 1t 가까운 폭발물을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공격으로 비츠코 가족 외 최소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주요 거점인 하르키우는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현지 호텔 지배인은 “이건 그저 평소대로의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엔 하르키우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흐로자 마을 내 카페와 상점 등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민간인 5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단일 공격으로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 중 하나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신·결혼 한꺼번에 알린 그룹 라붐 해인 "19세부터 만난 인연" | 중앙일보
- 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 중앙일보
- 朴 커터칼 테러때 도착한 쇠고기, 거기엔 아베 편지 있었다 [박근혜 회고록 2] | 중앙일보
- “그렇게 운동해도 살 안 빠져” 매일 40㎞ 달린 ‘미친 연구’ | 중앙일보
- 소름 돋게 잘 맞는 나의 오늘 운세는? | 중앙일보
- 호주軍 4명 숨진 끔찍 추락…'조별과제의 저주' 그 헬기 결국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집 지어주고 공무원 기회까지…나라별 아시안게임 메달 포상 | 중앙일보
- 본사엔 가라오케방, 여성가무단도…'쉬 황제' 꿈꾼 中부자 몰락 [후후월드] | 중앙일보
- 정치 7년, 당적만 5번 바꾼다…논란의 조정훈 영입하는 與, 왜 | 중앙일보
- 일본도 잡았다…'7전7승'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3연패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