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선발' 황선홍호, 숙명의 라이벌 일본 꺾고 '3연패 도전' [AG현장라인업]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금메달까지 단 한 걸음을 남겨둔 황선홍호가 마지막 일본전에 나설 필승 선발진을 꺼내들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오후 9시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일본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을 치른다.
직전 대회였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은 5년 만에 결승에서 리턴 매치를 갖게 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당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 김민재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출전해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다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역대 최초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필승 선발진을 꺼내든 황선홍호다.
포메이션은 4-4-2다. 골문은 대회 2실점만 내준 이광연이 지킨다. 황재원, 박진섭, 이한범, 박규현이 백4에 선 가운데 중원엔 백승호, 정호연이 자리잡는다. 양 날개에 엄원상, 이강인이 호흡을 맞추며 최전방엔 조영욱이 고영준과 투톱을 이룬다.
일본은 4-5-1로 맞선다. 후지타 가즈키가 골문을 지킨다. 오쿠다 하야토, 요시다 마나토, 야마사키 다이치, 바바 세이야가 수비 라인을 형성한다. 마츠오카 다이키, 시게미 마사토, 니시카와 준, 마츠무라 유타, 사토 케인이 탄탄한 중원을 이룬다. 최전방 원톱은 우치노 고타로가 선다.
대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황선홍 감독을 비롯해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뚜렷한 전술이 없다는 점과 지난 6월 중국 원정 평가전 2연전을 추진한 것에 대해 큰 비판에 직면했다. 선수단은 최전방 무게감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2선도 지난 대회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등이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자 대표팀을 향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표팀은 대회 내내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조별리그에서 쿠웨이트, 태국, 바레인을 상대로 3전 전승, 16득점 무실점으로 완벽한 성적을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첫 경기 쿠웨이트전에서는 정우영의 해트트릭을 비롯해 9골을 폭발시켰다. 첫 경기부터 맹폭을 가한 대표팀은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채찍질을 하며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황선홍 감독은 "(결승까지) 7발 중 이제 첫 발을 뗐다. 자신감은 갖되 지난 경기는 다 잊으라고 하고 싶다"고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의 조언대로 선수들은 2차전 태국전에서도 4골을 뽑아내며 대승을 거뒀다. 최종전 바레인전에서는 전반전을 무득점으로 마치며 고전하는 듯 했으나 후반에만 3골을 기록하면서 쉽게 결과를 가져왔다.
16강에서도 키르기스스탄에 5골 맹폭을 퍼부으며 5-1 승리를 가져갔다. 정우영의 멀티골, 백승호, 조영욱, 홍현석의 골로 한골을 만회한 키르기스스탄을 손쉽게 물리쳤다.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중국과의 8강전에서도 거친 축구, 판정 시비 하나 없이 2-0 깔끔한 승리를 따냈다. 특히 에이스 이강인을 벤치로 내리고도 2골을 뽑아내는 자신감도 보였다.
4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중국보다 거친 플레이에도 주눅들지 않고 맞부딪혀 승리를 따냈다. 정우영은 영리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골 장면을 포함해 2골 모두 기록하면서 2-1 승리에 앞장섰다.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황선홍 감독은 "이유를 막론하고 승리해야 한다. 오늘 경기에서 마음을 많이 졸진 않았다. 의지가 있고, 어려운 경기라 예상했다.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승리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 선수들과 합심해서 마지막 한 발 이루도록 하겠다"고 남은 일본전까지 무조건 승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까지 대표팀이 득점한 골은 모두 25골이다. 이미 16강전에서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김학범호가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기록했던 19골이었다. 대표팀은 1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이미 6골이나 더 넣었다. 대단한 화력이다.
일본을 상대로도 다득점에 나선다는 각오다. 대학생 위주로 팀을 꾸렸다고는 하나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인 만큼, 선수들의 정신력도 어느 때보다 잘 무장돼 있는 상태다.
우즈베키스탄전이 종료된 후 주장 백승호는 "대회 전부터 결승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누가 됐든 우리 목표는 금메달이다. 오히려 한일전이어서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단 반응도 오히려 한일전이 성사된 걸 반기는 분위기라고 인정했다. 백승호는 "오히려 '무조건 한일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우리는 다 믿음이 있고, 같은 목표 하나를 보고 왔다. 준비 잘해서 잘 회복하고 하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또한 "일본이 아무리 어린 선수들로 나와도 항상 조직적으로도 좋고 짜임새도 좋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도 여러 경기를 봤지만 좋은 팀이라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일본 전력을 경계했다.
이어 "미디어나 많은 분들이 '최고 전력이 안 왔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좋은 팀이기 때문에 우리도 겸손하게 준비해서 마지막 경기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다 걸고 뛰겠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7골로 대회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정우영 역시 "모두가 한 경기(결승)만 보고 달려왔다. 그게 한일전이어서 동기부여도 되고 더 의지가 강해지는 것 같다"고 승부욕을 불태우면서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공이 왔을 때 차면 들어가는 느낌"이라며 최고의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일본전에서도 득점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일전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경기다. 예전부터 일본을 만나면 원래 기량 그 이상을 발휘해 물리쳐왔다. 역대 전적 81경기 43승19무19패로 압도적 우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일본만 만나면 투쟁심이 끌어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한일전은 조금 다르다. 최근 전적 절대 열세 속에서 치르는 경기다. 각 연령별 대표팀 경기를 합쳐 최근 7번의 한일전에서 단 1승만 거뒀다.
2021년 3월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후 지난 7월 17세 이하(U-17) 아시안컵 결승까지 일본전 5연패를 기록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5번을 모두 패하는 동안 득점은 없었던 반면 3골을 내줬다. 0-3 패배가 5경기 연속 이어진 것이다.
그 중에는 황선홍호의 패배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에 참가한 황선홍호는 8강에서 일본을 만나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유럽에서 주가를 높이던 홍현석, 이강인을 비롯해 현재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조영욱, 고영준, 최준이 출전했음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했다. 쓰라린 패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이번 일본전이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일전 연패는 지난 8월 SBS컵 국제축구대회에서 U-18 대표팀이 1-0으로 승리해 끊어냈다. 그러나 9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U-15 챔피언십에서 다시 일본에 0-4로 무릎을 꿇었다. 7전 1승6패, 1득점 19실점. 일본과 만나 진 경기에서는 최소 3골을 내주고 패한 한국 축구다.
황선홍호는 이번 결승전을 통해 지난 아픈 기억들을 잊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에서 6경기 25골 2실점으로 막강한 공격력과 단단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일본전에서도 다득점 승리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금메달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 황선홍호의 운명이 일본전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많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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