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장미란처럼 亞들었다…박혜정, 역도 여자 최중량급 金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0)이 13년 만에 한국 역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박혜정은 7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우승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후 13년 만이다. 한국인 아시안게임 역도 챔피언도 13년 만이다.
박혜정은 "장미란 차관님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게 부담되긴 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한국 역도가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나를 더 혹독하게 대하며 훈련했다. 금메달로 마무리해서 기쁘다"고 밝혔다.
박혜정과 함께 출전한 베테랑 손영희(30)도 합계 283㎏(인상 124㎏, 용상 159㎏)으로 은메달을 수확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손영희는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역도 선수가 1, 2위로 아시안게임에서 입상한 것은 여자부에서는 최초다. 남녀 통틀어서는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남자 90㎏급 김병찬(금메달), 이형근(은메달), 남자 110㎏급 김태현(금메달), 전상석(은메달)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당초 3개 부문 세계 기록(인상 148㎏, 용상 187㎏, 합계 335㎏)을 보유한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원원(23·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리원원이 이번 대회에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금메달 경쟁은 일찌감치 박혜정과 손영희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박혜정은 "리원원의 불참이 하나도 기쁘지 않다"며 "나도 부상을 당해봐서 현재 리원원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빨리 회복해서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원래 리원원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혜정과 손영희는 명승부를 벌였다. 인상에서 손영희가 1차 115㎏, 2차 120㎏, 3차 124㎏을 차례대로 들자, 박혜정도 118㎏, 123㎏, 125㎏으로 조금씩 무거운 무게를 들어 근소한 리드를 잡았다.
박혜정은 앞서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에서 3관왕에 오르며 리원원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다툴 선수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과 달리, 인상, 용상, 합계에 모두 메달을 준다.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3관왕을 차지한 건 박혜정이 최초였다.
박혜정은 '장미란 키즈'다. 장미란이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4회 우승 순간을 본 박혜정은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하겠다"며 역도부가 있는 선부중학교를 찾아왔다. 박혜정은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작성하며 '제2의 장미란'으로 불렸다.
박혜정은 우승한 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고기'를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상식 후 한식집으로 이동해 '삼겹살 축하파티'를 가질 예정이다. 박혜정의 다음 목표는 내년 파리올림픽이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끊긴 한국 역도의 올림픽 금맥을 잇는 게 목표다. 박혜정은 "세계선수권 때의 분위기를 살려서 아시안게임까지 우승해 다행"이라면서도 "용상에서는 한국 타이기록을 세웠지만, 인상의 결과는 아쉬웠다. 내년에는 인상 기록을 높여 합계 300㎏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항저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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