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거장 뤽 베송 “젊은 감독에게 자리 내어주는 한국 영화, 훌륭한 예”

임세정 2023. 10. 7. 16: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서 신작 ‘도그맨’ 상영…“초대받아 자랑스러워”
“더글라스, 20년 간 창조한 모든 캐릭터의 핵심 함축한 인물”
영화 '도그맨' 스틸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열 살 소년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정신이상 증세를 가진 아버지에 의해 투견으로 사육되던 개들과 함께 철창에 갇힌다. 어머니는 집을 떠나버리고, 더글라스는 개들의 도움으로 철창에서 풀려나지만 아버지가 쏜 총을 맞아 불구가 된다. 보육원에서 만난 교사의 영향으로 더글라스는 문학과 연극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한다.

성인이 된 더글라스는 개들과 함께 살면서 여장을 하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한다. 115마리의 개들은 더글라스와 완벽한 팀을 이루며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준다. 더글라스에게 원한을 품은 폭력 조직의 공격으로 위기가 닥치고 서로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프랑스 작가 라마르틴의 말로 영화는 시작한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여장을 한 더글라스가 개들을 실은 트럭을 몰고 가다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심리상담사에게 털어놓는 비극적인 과거가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구조다.

영화 '도그맨' 촬영 현장의 뤽 베송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도그맨’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세계적인 거장 뤽 베송 감독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들을 개 철창에 4년간 가둔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사에서 보고 착안한 영화다.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상상하기 시작했다”며 “고통스런 유년기를 보낸 이후 아이에겐 좋은 길과 나쁜 길 중에 자신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영화에서 개는 조건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로서 주인공을 선한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니트램’으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혹한 운명에 던져진 연약하면서도 냉혹한 더글라스의 겉과 속을 훌륭하게 연기해 낸다. 폭스테리어, 도베르만, 그레이하운드 등 다양한 종의 개들도 명배우로 활약한다.

뤽 베송 감독은 “배우보다 파트너가 필요했고, 어려운 역할이었기에 배우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했다. 케일럽을 수 차례 만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잘 통한다는 걸 느낀 이후 영화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며 “그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배우이자 천재적인 배우다. 6개월 간 케일럽과 작업한 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글라스라는 캐릭터는 ‘니키타’(1990) 이후 20년간 내가 창조한 모든 캐릭터의 핵심을 함축적으로 담은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니키타’(1990), ‘레옹’(1995), ‘제5원소’(1997), ‘루시’(2014) 등으로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뤽 베송 감독의 신작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전날 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첫 상영엔 쌀쌀한 날씨에도 1000명의 관객이 모였다. 영화가 끝난 후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뤽 베송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진행된 영화 '도그맨'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뤽 베송 감독은 “내게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20분쯤 지난 후 객석을 봤는데 관객들이 아주 집중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는 모습에 정말 기뻤고,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며 “오랜 만에 찾은 부산영화제를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초청받아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약진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 영화는 매년 점점 더 힘을 받고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특히 젊은 감독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면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재능 있는 새로운 감독들이 계속 등장하는 점이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선 완벽한 상황이다. 한국 영화는 10년 전부터 전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살아있는 곳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의 특징에 대해선 “액션 호러 심리 등 다양한 장르가 있는, 영화 시장의 훌륭한 예다. 과거 프랑스 영화계가 그런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한국이 하고 있다. 두려움 없이 공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 영화의 강점인데 그런 면에선 내가 정말 한국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웃었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