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천재 외과의사의 삶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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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흥행 성적이 나왔다.
영화는 돈과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사람임을 일깨운다.
외과 의사로 실력과 명성을 쌓고 있는 라파우에게는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
이러한 시기에 폴란드 영화 '포가튼 러브'는 돈과 권력보다 사람의 생명이 그리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이 중요함을 기억을 잃은 한 저명 외과의사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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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흥행 성적이 나왔다. ‘천박사 퇴마연구소’(153만) ‘1947 보스톤’(74만) ‘거미집’(26만) 등 빅3 작품이 개봉되었지만 총관객 253만 명을 기록했을 뿐이다. 추석 대목을 누렸던 과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흥행성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 가는데도 영화관이 여전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 등 OTT에서는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볼 만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2대에 걸친 사랑이야기인 ‘포가튼 러브’가 눈길을 끈다. 미하우 가즈다가 감독한 폴란드 영화로 소설 <돌팔이 Znachor>가 원작이다.
외과 의사로 명성이 높은 라파우 빌추르(레세크 리호타 분)는 아내와 딸을 무척 사랑한다. 하지만 성공과는 다르게 아내 베아타와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다. 병원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그날 아내는 딸을 데리고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나고, 가족을 찾아 거리를 헤매던 라파우는 강도에게 머리를 맞아 쓰러지면서 기억을 잃게 된다. 15년 세월이 흐른 뒤 안토니 코시바 라는 이름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천재 외과의사 라파우는 시골 마을에 정착하게 되고 그 마을 주점에서 피아노를 치고 서빙을 하는 딸 마리시아(마리아 코발스카 분)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돈과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사람임을 일깨운다. 외과 의사로 실력과 명성을 쌓고 있는 라파우에게는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 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가난한 아이가 마차에 치여 뇌출혈로 쓰러지자 그는 무료로 응급수술을 하고 이후에도 진료를 계속해 준다. 이러한 라파우의 선행으로 빈곤아동을 위한 진료소가 만들어지고 과장으로 승진하지만 같이 근무하는 친구 도브라니에츠키는 이를 질투해 폭행을 사주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 영화는 두 사람을 대비시켜 돈과 명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보편적인 스토리로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면서 또한 사랑과 기억, 화해를 담고 있어 어떻게 보면 지극히 진부한 소재의 서사를 지녔다. 주인공 라파우는 머리 부상으로 기억은 없지만 자신의 딸을 본 뒤 본능적으로 딸에 대한 사랑을 되새긴다. 한편, 아버지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은 성인이 된 딸 마리시아는 의젓하고 선한 레세크 백작과 풋풋하고 싱그러운 사랑을 나눈다.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폴란드식 신파는 우리 정서에도 잘 맞는다. ‘포가튼 러브’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각박한 현실에서 점차 잊혀져 가는 사랑의 감성을 다시 자극한다.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이 인성에 있다는 점도 알려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관과 가치관으로 세상을 대한다. 영화 속 라파우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의사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동네 다양한 환자들이 그의 인성에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 그의 딸 마리시아 역시 동네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어떤 선입관도 편견도 없다. 레세크 백작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 상속권도 박탈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물질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가 인성에 있음을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코로나 팬데믹은 끝나가고 있지만 세계는 다시 혼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끝모를 전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권력을 잡기 위한 정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는 모두 사람들의 지나친 욕망에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시기에 폴란드 영화 ‘포가튼 러브’는 돈과 권력보다 사람의 생명이 그리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이 중요함을 기억을 잃은 한 저명 외과의사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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