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구조가 무너지는 시대, 이민과 다를 바 없어"

조영준 2023. 10. 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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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th BIFF]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 디아스포라 기자회견

[조영준 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이번 특별전은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미국 영화계에서의 위치와 현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자리에는 정이삭 감독, 저스틴 전 감독, 존 조 배우, 스티븐 연 배우가 이 자리에 참석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들의 대표작인 <미나리> <서치> <자모자야> 등과 함께 총 여섯 편의 작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나눈 그들과의 대화를 간략히 전달한다.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 디아스포라 기자회견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셔서 팬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소감을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감독 정이삭: "저는 영화 <미나리>를 어제 3년 만에 처음 다시 봤습니다. 프리미어에서 보고 나면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데,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이곳에 계시는 분들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제게는 이번이 5번째 방문입니다. 한때는 저도 여기에서 영화를 상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는데요 이렇게 다시 한번 돌아와 관객들과 함께 하고 또 이렇게 옆에 계신 동료분들과 큰 행사를 할 수 있어서 감격스럽습니다."

배우 스티븐 연: "사실 저는 한국에 들어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어요. 팬들을 만날 기회가 아직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느꼈던 것을 말씀드리면, 지금 받고 있는 이 환대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라는 것입니다. 조금도 낯설지 않고 집에 온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어느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따뜻하게 환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배우 존 조: "저는 어제 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액터스 하우스) 있었는데요. 굉장한 감동이었습니다. 마음을 한껏 열어서 저를 환대해 주시고 사랑을 보여주셨는데요. 가족의 한 일원으로 저를 받아주시는 느낌이었습니다."

-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영화제이기는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처음 초대되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하고,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배우 존 조: "굉장히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기획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최근에 제가 중편 소설을 하나 썼습니다. 한국 이민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 책이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고 출판이 되었다고 해요. 이 자체가 이미 여러분들이 저희의 삶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을 궁금해한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힘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들이 고무적이고 기쁩니다."

배우 스티븐 연: "굉장한 영광입니다.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만드는 작품들이 공감을 받고, 또 한국의 작품들도 공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그 거리감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화를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있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말이죠. 특별한 느낌입니다. 한국 콘텐츠의 웨이브에 대해서는 당연히 너무 좋은 마음입니다. 디아스포라로 사는 사람으로서 위안이 됩니다. 우리의 작품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길 바라요. 서로 위로가 되고 연결된다는 느낌을 서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독 저스틴 전: "제가 여기에 와서 정말 좋았던 것은 저희 네 사람을 한 무대로 만나게 해 줬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희는 모두 굉장히 다른 예술가들이거든요.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하면 모두 LA에 살고 할리우드를 걸어 다니고 이럴 것 같지만, 사실 저는 정이삭 감독님을 여기 부산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와 예술, 엔터테인먼트에 관해서는 백인 동요들이 저와 이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는 부분에서 기쁩니다. 이미 소개할 콘텐츠가 너무 많은데, 우리 한국 문화에서 어떤 것들이 나올 수 있는지, 또 어떤 부분이 다른지 이런 것들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대화를 하고자 하는 것. 이런 것들 것 제가 자라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거든요."

- 최근의 경향을 보면, 재미 교포분들의 영화뿐만 아니라 이민자, 이민자 2세들의 영화가 나오고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감독 정이삭: "이민자의 이야기라는 걸 생각해 보면, 다들 조금씩 다르지만 이제는 모두가 이민자의 현실 같은 것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딘가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상황에서 말이죠. 꼭 이민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많은 공간을 옮겨 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미나리>를 통해서도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민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보편적인 공감을 느끼더라고요. 이민자의 삶 자체라는 것이 여행에 가깝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배우 스티븐 연: "현재의 시대에는 과거의 구조가 모두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딘가로 향해 간다는 것,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등의 행위에는 이민자의 멘탈리티가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감독 저스틴 전: "다른 소수자들이나 이민자들 역시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범주 속에 들어가 있고, 섬처럼 따로따로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만, 아르메니아 사람들도 인도 사람들도 다른 이민자들 모두 '어느 나라의 한국 사람들 같아'라고 말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크로스오버가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공감대를 느끼고 연결성을 경험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들을 통해 우리 모두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죠."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 디아스포라 기자회견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고,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예술 분야도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기 시작하며 발전과 위기가 함께 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비슷한 관점에서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업의 이유가 궁금하고, 또한 바람직한 영상 미디어의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배우 스티븐 연: "이 파업은 우리가 예술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자본이 바탕이 되는 산업에 있으면서 공정한 소득을 받으며 개개인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는 뜻에 해당하죠. 이는 최소한의 안전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여기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비즈니스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안전망이 없다라는 것, 그래서 현재의 움직임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예술가들의 미래를 보장하고 안전망을 갖추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존 조: "AI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자동화라는 것을 통해 사실 인간이 기계에 의해 대체가 되고 사람이 일을 할 수가 없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에서처럼 예술 산업에서 또한 마찬가지죠. 하지만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면 사람이 직접 쓴 휴먼드라마 작품을, 우리 인간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을 보고 싶거든요. 예술이라는 분야만큼은 기계 때문에 이런 인간적인 경험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조합에서 하고자 하는 것 역시 우리의 직업을 인간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분야로 만들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보상 역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것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훨씬 훌륭하게 더 좋은 예술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 두 감독님,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감독 정이삭: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의 차이에 대해 답을 드리자면, 아무래도 전 제삼자의 입장, 관찰자라고 볼 수 있겠죠. 연기적인 부분도 다르고, 유머 코드 같은 것도 다르지만 한국은 조금 더 미묘한 부분을 잘 살리고 미국 영화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네요. 다만 한국 배우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진정성이 있고, 할리우드 배우들에게는 그들만의 진정성이 그 속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영화를 좋아하고 또, 각자의 작품을 통해 인간성의 기저를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연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 아닐까요."

감독 저스틴 전: "저도 이 부분을 생각해 봤는데 구조적인 측면에서 할리우드는 플롯을 중요시합니다. 그 속에 어떤 반전을 설치하거나 철저하게 짜인 구조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동양이나 한국의 영화들은 감정적인 부분을 더 중요시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내포시키는데 더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감정적인 부분에서 울림이 있고 흡인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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