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던 건데도 새롭다…‘영앤리치車’ BMW 뉴 5시리즈[면허 1년차 시승기]
BMW충성도 높일 수 밖에 없는 안정감·정숙성
편리한 편의사양, 편리하기까지 수고 감수해야
판교에서 한창 바쁘게 일하며 전성기를 맞은 3040 전문직.
처음 마주한 BMW 뉴 5시리즈를 의인화하면 이같이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1972년생인 뉴 5시리즈는 나이를 생각하면 은퇴 후 여가를 보내는 평창동에 사는 부유한 중노년이 어울릴 듯하지만 지천명의 중후함보다 젊고 세련된 매력을 지녔다.
고전적인 부의 상징보다는 새롭게 떠오르는 중심지가 어울리는 BMW 뉴 5시리즈를 지난 5일 인천 영종도부터 경기 의정부까지 약 70km가량 시승했다.
뉴 5시리즈는 6년 만에 돌아온 8세대 완전변경 모델에 걸맞게 파격적인 변화를 겪었다.
전면부는 전 세대보다 한층 뚜렷해진 인상이 자신만만해 보여 전문가처럼 확신을 줬다. 금전적 풍족함에서 오는 여유 말고도 다년간의 경험으로 불확실성이나 미숙함 없이 일 처리를 척척 해내는 여유로움을 자아냈다.
차체는 이전 세대 대비 길이 95mm, 너비 30mm, 높이가 35mm 증가했으며, 앞뒤 축간 거리도 20mm가 길어졌다, 하지만 더욱 커진 차체에도 둔해 보이지 않고 날렵하고 스포티한 디자인 덕분에 왕성한 활동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다만 커진 차체와 내부에 비하면 앞 유리 시야는 넓게 느껴지지 않았다. 후면도 전면보다 세련된 느낌이 없었다. 차고가 높아지면서 두툼해진 두께가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다.
전 세대와 특히 달라진 것은 인테리어다. 스티어링 휠 뒤 위치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물리적 버튼을 대신 차지하고 있다. 깔끔하게 이어지는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디지털식 작동방식으로 선진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다.
7 시리즈에 처음 선보였다던 인터랙션 바는 다소 기대 이하였다. 인터랙션 바가 주는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색상을 지정해 변경할 수 있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라이트는 계기판 하단과 대시보드, 도어 손잡이, 좌석 아래뿐만 아니라 앞 좌석 뒤에 달린 옷걸이와 충전 포트에도 들어와 BMW의 디테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과감한 변화에도 트레이드마크인 트윈 헤드라이트와 키드니 그릴로 BMW의 정체성은 훼손되지 않았다. 5살 아이가 봐도 BMW라는 차임을 알 수 있으면서도 각각의 성격이 드러나길 원했다는 BMW 디자인 총괄의 모순적인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듯하다.
승차감과 주행성능은 왜 BMW가 그토록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은지 이해 가게 했다. 부드러움과 정숙성은 마치 고급 호텔에서 격식 있고 정중한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BMW는 앞뒤 5대 5로 무게를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는데 그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BMW 강점인 안정성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거칠게 급 차선 변경이나 회전 구간에도 흔들림이나 쏠림 현상은 잘 느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잘 잡아주었다.
가속안정성도 탁월했다. 130km를 밟아도 체감속도는 60km를 밟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디젤 차량을 운전한 것임에도 전기차와 맞먹을 정도로 고요했다. 음향은 모래알 하나 끼지 않은 깨끗한 음질로 여태 경험했던 차량 오디오 중 최고였는데 고요한 내부에서 음악을 즐기기 매우 좋았다.
뉴 5시리즈는 얼굴만 지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스마트했다. 스마트폰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편의기능이 지원됐다. 뉴 5시리즈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을 키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를 줄인 신조어)’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을 것이다. 알아서 차간 거리를 제어하고 멈추고 나아가는 것이 너무 부드러워서 기계적인 느낌보다 오랜 경력의 숙련된 기사가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오토 스타트 앤 스탑 기능으로 차가 막히거나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할 때면 엔진이 꺼졌다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바로 다시 켜져 연료를 자동으로 아껴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현대차가 가장 잘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BMW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듯 싶다. 우선 시인성을 떨어뜨릴 수 없는 압도적 크기에 한번 놀라고 시시각각 화려하게 변하는 그래픽에도 두 번 놀랐다.
크게 방향 변경이 없는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시속과 몇 번 차로를 이용해야 하는지 등만 간결하게 표시되다가 좌회전, 우회전 등 차로를 빠져나갈 때는 큼지막하게 지도를 띄웠다.
전방 파노라마 뷰 및 3d 뷰 기능으로 차량과 주변 환경을 360° 이미지를 제공하고 터널로 들어가자 디스플레이엔 터널을 구현한 VR 영상이 나오는 등 BMW는 디스플레이 활용도도 극대화했다.
내내 화려한 기능에 눈이 휘둥그레하며 신기해했지만, 활용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원하는 조작을 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에서 한창 헤매고 있자 나이 지긋한 동료 기자가 묵직한 한마디를 읊조렸다.
“젊은 사람도 디지털에서 뒤처질 수 있겠구나”. 그 말에 키오스크에서 난감한 얼굴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중장년이 떠올랐다. 이날 중년의 동료 기자도 디스플레이에 빼곡한 앱들을 보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글자가 작아 읽기 힘들고 원하는 기능을 찾는 것이 어려워서다. 한 번에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므로 자주 이용하는 기능들은 즐겨찾기로 따로 빼두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또래 동료 기자 포함 3명이 제스처 인식기능을 갖고 씨름하기도 했다. 손가락을 휘저어도 작동되지 않아 인식하는 곳이 천장이라느니 운전자 외에는 인식이 안 되는 것 같다니 여러 추측을 제기했다. 사전설명을 들었는데도 실제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아직 2030의 나이여서 디지털 사용법이 벌써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지 몰랐다. 짧은 시간 처음 경험하는 차이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적절한 사용법을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아니었다.
주행이 거의 끝날 무렵 제대로 된 작동법들을 익히고 나니 그제야 ‘편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작동법이 익숙해진다면 운전자와 차량의 일체감을 높여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듯하다. 편리한 편의사양을 누리고 싶다면 약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시승한 차는 뉴 523d M 스포츠 패키지로 고급 차답게 7580만원~8330만원이란 높은 가격대로 책정돼 있다. 스마트한 기능들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면서도 고액의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영 앤 리치’에게 적합한 차다.
▲타깃
-직관적인 아이폰보다 '스마트'폰 갤럭시를 선호하는 당신이라면
-판교에서 일하는 전문직이라면
▲주의할 점
-기계치는 고민해야 한다. 아니면 운전 중 고민하게 될 일이 많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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