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대표와 마약 아이돌까지…국정감사 ‘이색 증인’ 열풍
올해 국정감사에도 어김없이 ‘이색 증인’ 출석이 예고됐다. 10일부터 17일간 진행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특별한 증인을 요구한 까닭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 관련 증인이다.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물을 입힌 중국 간식 탕후루는 최근 들어 청소년 비만과 당뇨, 충치 등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 보건복지위원회는 탕후루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는 김소향 달콤왕가탕후루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고열량·저영양 식품 섭취 증가로 인한 청소년들의 건강권 문제를 따져 물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복지위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아이돌 스타도 불렀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마약 중독자 재활 지원에 대한 정부 지원을 묻기 위해 과거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위너 멤버 출신인 남태현씨를 참고인으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복지위는 이외에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개인의료정보 유출 관련)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관련)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매년 국감의 단골 소재인 ‘산재 사고’와 관련해 사업장 대표를 줄줄이 소환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달 8일 제빵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 사고가 생긴 샤니의 이강섭 대표가 12일 국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샤니에선 지난 7월에도 5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 10월에도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있었다.
지난 6월 카트를 정리하던 30대 근로자가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코스트코의 조민수 대표는 복지위뿐 아니라 환노위에도 불려 나온다. 이외에도 ▶대규모 구조조정과 퇴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구창근 CJ ENM 대표 ▶산업재해 승인 건수가 가장 많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이국환 대표도 환노위 국감에 소환됐다.
일각에선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증인 채택 관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해 놓고 막사 국정감사장에선 질의응답도 제대로 오가지 않는 경우가 늘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5일 가맹거래법 위반 혐의로 증인으로 채택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홍균 튼튼 영어 대표는 한 차례 질문도 받지 못한 채 3시간 40분 동안 국감장에 머물렀다. 2021년 10월 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했던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도 같은 일을 겪었다. 과도한 광고비·수수료 문제로 불려왔지만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에게 딱 한 차례 질문을 받았고 “지자체와 상시로 소통하고 같이 일하고 있다”는 약 30초 남짓 답변을 한 게 전부였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 부조리를 재조명하고 제도적 개선을 촉구할 수 있는 기회는 꼭 필요하다”며 “지난 국감과 같은 실수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송곳 질문만 철저히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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