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질병 '외로움'을 기술로 해결?…美 투자자들 '관심'
커뮤니티 만들고 알고리즘으로 리스크 확인
美·英 외로움에 국가적 차원 대응 나서
외로움이 새로운 사회적 질병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벤처 캐피털사를 중심으로 외로움을 해결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알고리즘으로 찾아내는 등 고독 또는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미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 외로움이 주요 투자 논제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로움이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이를 겪는 사람들을 돕고 비용은 줄이는 식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틴터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르니타 니보그가 창업한 스타트업 미노(Meeno)는 지난달 말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업체인 세콰이어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미노는 외로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간관계를 멘토링 하는 업체다. 니보그는 "외로움의 위기는 그 어떠한 것보다도 크고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자인 휴고 암셀름은 "AI라는 친구가 단순히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식이라거나 인간의 우정을 대체하는 식으로만 활동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AI가 인간 사이를 연결해주고 인간관계를 촉진하는 식으로 움직일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관계를 형성하게끔 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최근 수년간 관심을 끌어왔다.
앞서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위스도헬스(Wisdo Health)는 지난 1월 1100만달러의 시리즈A 자금 조달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 업체는 정신건강, 신체건강, 정체성, 가족 등 사회 건강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업체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 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병을 겪는 환자가 홀로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병에 걸린 다른 환자와 소통하고 연대하며 병마와 싸울 수 있게끔 돕는 식이다.
위스도의 창업자인 보아즈 가온은 신장암과 백혈병으로 2008년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가 투병 생활을 하던 중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 업체를 만들었다. 가온 창업자는 2016년 회사 설립 직후 억만장자 벤처 투자자이자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창업한 마크 안드레센과 대화를 하던 중 자신의 비전을 들은 안드레센이 '외로움 시장(the loneliness market)'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에 기반을 준 스타트업 픽스헬스(Pyx Health)는 올여름 미니애폴리스의 의료 중심 사모펀드 TT캐피털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았다. 픽스헬스는 개인의 건강 정보와 혼자 살고 있는지 등 각종 데이터를 알고리즘을 분석, 외로움을 경험할 위험성이 큰지를 사전에 분석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대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2011년 설립한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 피플후드는 커뮤니티를 구축해 대면 또는 온라인 그룹 대화를 추진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인 마브론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이유는 외로움이 사회적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외로움에 대응하기 위해 '외로움부'를 신설하고 공공, 민간, 시민단체가 함께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의 비벡 머시 의무총감은 지난 5월 외로움이 발암 물질인 담배를 매일 15개비 피우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라며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외로움으로 인해 고용주가 연간 1540억달러의 손실 입고, 노인의 사회적 고립으로 연 67억달러의 초과 메디케어(미국 노인 의료보험) 지출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기술이 외로움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적했다. 최근 수년간 페이스북을 비롯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확산했지만, 오히려 외로움을 더욱 악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8년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 사용자의 36%가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담았다고 한다.
벤처캐피털사인 하이어그라운드랩스의 벳시 후버 창업자는 스타트업들이 해결책을 찾는 데 일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영역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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