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째 증가인데 장벽 높아지는 자동차 수출…'전기차'가 관건
지난달 자동차 수출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장밋빛' 전망은 점차 옅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통상 장벽이 점차 높아지는 전기차가 수출 둔화의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 늘어난 52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역대 9월 중 1위 실적을 찍었다. 북미·유럽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SUV 같은 고부가 차량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출이 급증한 기저효과 등으로 올 하반기 수출 둔화를 예상했는데 현재까진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미국·유럽연합(EU) 시장으로의 수출이 크게 줄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올 상반기 찍었던 수출 피크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양상이 뚜렷해서다. 북미·유럽의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큰 가운데 지난 6월 62억3000만 달러를 찍었던 월간 수출액이 지난달엔 52억3000만 달러로 줄었다. 올해 들어선 1월(49억8000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규모다. 수출 증가율도 연내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나타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유망 품목' 전기차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 월간 수출액은 11억70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한때 100%를 훌쩍 넘겼던 전기차 수출 증가율도 지난달엔 46.5%까지 줄었다.
특히 수출 증가를 이끌어온 전기차 관련 변수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 최종안(프랑스판 IRA)이 대표적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전기차 생산·운송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보조금 대상을 선별하는 게 핵심이다. 산업연구원은 5일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판 IRA'가 유럽의 전기차 보호주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연은 "새로운 보조금 제도가 아시아보다 유럽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비관세 장벽으로 규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지난해 미국이 내세운 IRA는 상용차 세액공제로 버텨내고 있지만, 양대 시장인 미국·유럽으로의 전기차 수출이 점차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긴축 기조 장기화,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미국 자동차 노조 파업 등도 악재로 꼽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이 감속 모드에 들어갔고, 미국 시장은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하면 감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동차 수출 둔화는 피할 수 없지만, 실적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역성장 중인만큼 새로운 버팀목인 자동차에서 수출 전선을 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내수가 주춤한 것도 전기차 수출 등을 늘려야 하는 요인이다. 완성차 5사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내수는 경기 침체, 전기차 시장 위축 등으로 1년 전보다 6.1% 감소했다. 산업부도 5일 전기차를 비롯한 9대 수출 확대 프로젝트를 내세우면서 '수출 플러스' 달성에 힘을 실었다. ODA(공적개발원조) 지원 등으로 대(對) 아세안 전기차 수출 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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