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글돈글]"아빠보다 부자인 아들"…美 MZ세대의 빵빵한 연금 통장
취업 직후 401K 가입이 비결
디폴트옵션으로 효율적인 연금 운용
최근 미국은 빈곤층으로 전락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연금이 집값이 상승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플로리다주와 뉴욕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장년층 노숙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산축적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세대로 평가받습니다. 이들은 유년 시절인 1970년대에는 석유파동을 겪었고 30대에 들어서는 된 2000년대에는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나스닥지수 폭락사태를 겪었습니다. 40대에 접어드니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60대가 된 이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은퇴 후 취업한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됐죠.
반면 이들의 생활고를 옆에서 지켜보고 자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는 은퇴 준비에 있어서 더 나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외신들은 이들이 은퇴 이후에도 직장을 다닐 때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연금을 받게 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오늘은 미국의 MZ세대가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으로 은퇴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MZ세대, 연금 소득대체율 60%…베이비붐·X세대 앞질러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미국의 MZ세대가 향후 직장을 다닐 때 벌던 월급의 평균 60% 수준을 연금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소득별로 보면 월 평균 소득이 17만3000달러에 속하는 소득 상위 5%의 MZ세대는 연금 소득대체율이 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연금에 가입한 기간에 벌던 평균소득의 85%까지 연금이 나온다는 소리입니다. 직장을 다닐 때 벌던 월급과 비슷하게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반면 앞선 세대인 X세대(1970년대 초~1980년대 초 출생)와 베이비붐세대는 연금 소득 대체율이 75%와 63%에 불과했습니다.
소득 상위 40%와 50%의 구간에서도 MZ세대의 소득 대체율은 66%,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구간의 X세대와 베이비붐세대는 연금 소득대체율이 50%에 그칩니다.
401K 조기 가입이 비결…은퇴자금 지식 부족해 회사 권유 따라
MZ세대들은 어떤 이유로 다른 세대보다 은퇴자금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던 걸까요? 금융권에서는 M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빠르게 401K에 가입했던 것이 효율적으로 은퇴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401K는 한국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상품 중 디폴트 옵션처럼 개인의 투자성향에 맞게 운용하는 연금상품을 일컫습니다. 401K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일정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누리면서 퇴직 계좌에 매달 일정액의 연금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해 투자 결과를 책임지는 방식입니다. 미국인들의 대다수는 이 자산을 주식형 펀드나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정해주는 타킷데이트펀드(TDF) 등에 투자합니다. 근로자는 은퇴 이후 낮은 소득세율로 은퇴자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은퇴자금을 충당하는 또 다른 방식에는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있습니다. 소셜시큐리티는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제도로, 소득에 대한 세금을 10년간 납부할 경우 조기 은퇴 시 62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회 보장 연금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미국인들은 401K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편입니다.
MZ세대는 취업과 동시에 회사에서 권유하는 대로 401K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2006년 연금보호법이 개정된 후로 모든 근로자가 자동으로 401K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가입 해지를 원할 경우 탈퇴할 수 있지만, 해지 의사를 밝히는 MZ세대가 적어 401K 를 그대로 유지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Z세대들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직금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들이 401k 플랜을 지속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대학교 졸업까지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해 MZ세대들이 다양한 은퇴자금 마련 선택지를 따져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들은 회사가 권유하는 대로 401K로 퇴직금을 굴리는 것을 만족해한다고 합니다.
디폴트옵션과 자동적립제도, 연금 불려주는 장치 마련돼401K에 조기 가입은 먼 훗날 MZ세대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06년 연금보호법 개정 이후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과 근로자의 인금이 인상될 경우 적립률이 올라가는 '자동인상 제도'는 MZ세대가 적립한 은퇴자금을 불려주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인상 제도는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갈수록 적립률도 높아지는 플랜을 일컫습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을 경우 고용주인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상품에 투자가 되는 제도입니다. 즉 임금이 인상되면 퇴직금 적립률도 함께 늘어나고 이 자산이 방치되지 않고 몸집을 불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함께 마련된 것입니다.
반면 401K에 자동 가입되는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직장에 취업한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는 상대적으로 가입률이 적은 경우가 많다고 WSJ은 설명합니다.
아직 아직 주택 등 부동산 분야에서는 MZ세대가 베이비붐과 X세대에 비해 자산 보유량이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갚아나가야 할 학자금 부채가 많아 자산을 축적하는 데 타 세대와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많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연금이 부족해 임대료 등을 충당하지 못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만큼 MZ세대의 높은 연금 소득대체율은 눈여겨볼 만 합니다. 한국의 MZ세대들도 미국의 상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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