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된다"…'오늘의집'을 슈퍼앱으로 키운 회사 문화 [트랜D]
인테리어 시공부터 이사, 청소까지. 오늘의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다른 사람들이 꾸민 집 사진을 구경하던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서비스로 진화하더니 또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이라는 거대한 비전을 내세우며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다. 김경훈 오늘의집 O2O사업본부장을 만나 어떻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 들어봤다.
Q : 오늘의집 O2O사업본부는 어떤 일을 하나.
인테리어 시공, 이사, 청소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일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본래 오늘의집은 집 꾸미기 콘텐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자연히 콘텐트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커머스로 확장됩니다. 상품 말고도 인테리어에 궁금증을 갖는 이용자도 생겨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테리어 시공 전문가를 연결해주게 됐고, 이사와 청소, 제품 설치 서비스까지 범위를 확장하게 됐습니다.
오늘의집의 비전은 이용자가 더 나은 공간에서 더 나은 일상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 O2O사업본부는 이용자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아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지금까지 O2O사업으로 거둔 성과는.
2019년 4월 O2O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이곳에 등록된 인테리어, 이사, 청소, 가구 설치 업체는 1만 곳이 넘습니다. 인테리어 시공 연결 서비스가 가장 오래되다 보니 인테리어 시공 업체가 전체의 95%를 차지합니다. 인테리어 시공 업체 수는 업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업체든 손쉽게 오늘의집에 등록할 순 없습니다. 다른 플랫폼에 비해 진입장벽을 높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이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만 선별합니다. 등록 업체가 늘어나고, 이용자와의 연결이 많아지면 수익화 측면에서 좋을 수 있지만 서비스의 질적 문제가 빚어집니다.
이용자들의 리뷰도 수만 건에 달합니다. 다른 플랫폼에선 리뷰를 작성하면 경제적 보상도 해주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집 이용자는 경제적인 보상으로 리뷰를 작성하는 편은 아닙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을 노출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자발적으로 리뷰를 정말 쓰고 싶은 이용자만 리뷰를 쓰는 거죠. 질 좋은 리뷰가 쌓이다 보니 등록 업체에게도 좋은 점이 많습니다. 업체가 리뷰를 특정 임계치, 10개 이상 확보하면 성장 속도와 계약전환율이 빨라집니다. 이용자들이 기존 리뷰를 믿고 바로 계약하는 거죠. 업체와 이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적어집니다. 이용자는 기존 리뷰와 콘텐트를 바탕으로 업체에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는 거죠. 리뷰를 많이 확보한 우수 등록 업체들은 인테리어 공사 건이 내년까지 꽉 차있습니다.
Q : O2O서비스 경쟁사와의 차별화 지점은.
O2O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공급자 정보 우위 시장입니다. 이용자가 공급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고 선택하고 실망하게 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죠. 오늘의집은 이용자와 공급자 사이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노력해왔습니다. 인테리어 시공이나 이사가 잘못되면 공산품 하나를 잘못 샀을 때보다 삶의 불편함과 고통이 훨씬 더 큽니다. 이용자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이를 위해 세 가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첫번째가 체계적인 업체 관리입니다. 등록 업체의 재무 안정성, 사업자 등록 기간, 직원 수, 실물 사무실 유무 등 정량적 요소를 철저히 평가합니다. 이를 통과해 오늘의집에 입점하더라도 이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시공 사례, 리뷰 등이 준비돼야 더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쓰리아웃제도도 운영합니다. 등록 업체의 잘못이 확실한 건이 세 번 반복되면 오늘의집에서 퇴출하는 제도입니다.
두 번째론 책임 보장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이용자와 업체 사이에 분쟁이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이어지죠. 이때 오늘의집은 이용자 대신 업체와 분쟁 조정에 나섭니다. 조정이 안 되면 제3의 업체를 구해 오늘의집이 비용을 부담해 이용자의 시공을 마무리해 드립니다. 보증보험도 오늘의집이 비용을 부담해 가입하고 있죠. 일반적인 오픈마켓에선 중개자가 책임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고객을 최우선에 두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거죠.
마지막으론 투명한 견적 및 계약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반인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준 견적서와 표준 계약서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인테리어 시공에는 자재비나 디자인비 등 일반인이 정확히 알 수 없는 비용들이 많았습니다. 이를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제안하고 청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겁니다.
Q : 서비스를 개선할 땐 어떤 데이터를 참고하나.
서비스마다 성장단계가 다릅니다. 현시점에서 어떤 서비스는 거래액이, 또 다른 서비스는 사용자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마다 각각의 성장단계에 맞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먼저 설정합니다. 그리고 KPI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1차 영향(퍼스트 레버리지) 지표’들까지 추출해 관리합니다. 중요도가 높은 서비스는 1차 영향 지표에 영향을 주는 ‘2차 영향(세컨드 레버리지) 지표’까지 설정해 관리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에선 KPI가 신청자 수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1차 영향 지표는 방문 대비 상담 신청 전환율, 상담 신청 대비 상담 완료율, 상담 만족도, 리뷰 만족도 등이 될 수 있습니다.
각 서비스의 담당자들은 KPI와 1·2차 영향 지표의 변화량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10주 평균, 나아가 10주 평균 변화량의 평균까지 모니터링하죠. 지표에 큰 변화가 생기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철저한 분석(Deep Dive)에 나섭니다. 분석을 토대로 해결책을 마련해 실행까지 완수하는 걸 프로세스로 정립했죠. 서비스 담당자들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문해력을 갖추고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구사하고 있습니다.
Q : O2O 서비스를 운영할 때, 콘텐트나 커머스 쪽의 데이터도 활용하나.
오늘의집 내부에선 모든 데이터가 공개돼 있습니다. 콘텐트나 커머스의 데이터도 O2O쪽에서 충분히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죠. 실제 서비스에도 접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트 쪽에서 대형 가전을 많이 보는 이용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분은 곧 이사를 앞둔 사람일 확률이 높죠. 이런 데이터 추론을 통해 이사, 결혼, 출산 등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큰 이벤트들을 기준으로 이용자를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점마다 필요로 할만한 정보를 담은 메시지나 배너를 제공하죠.
Q : 오늘의집의 여러 서비스들은 어떻게 시너지를 내고 있나.
오늘의집 이용자를 크게 두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목적형 이용자와 비목적형 이용자입니다. 목적형 이용자는 필요한 것을 탐색하고 구매하려는 목적으로 오늘의집을 찾은 분들입니다. 비목적형 이용자는 오늘의집의 콘텐트가 좋아 습관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죠. 목적형 이용자들을 비목적형 이용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계속 이용해주는 분들이 많아져야 오늘의집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으니까요.
목적형 이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어 구매를 완료했더라도 추가로 다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형 가전을 구매했다면 이사 서비스를 추천하고, 나아가 입주 청소 서비스까지 연결해주는 거죠. 반대로 인테리어 시공을 마친 이용자에겐 리모델링한 집에 새로 들여놓을 대형 가전을 추천하는 겁니다. 추가로 추천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 번의 클릭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죠.
콘텐트와 커머스가 긴밀히 연결되는 오늘의집의 강점을 O2O서비스에서도 살리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시공 사례도 콘텐트로 만들고 있는데요. 이 콘텐트 내부에 있는 상품은 물론 인테리어 자재까지 모두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는 태그가 달려있습니다. 태그 개수에 따라 순위 정보까지 제공합니다. 인기 순위로 손쉽게 자재와 상품을 발견하고, 실제로 시공된 모습까지 확인한 뒤 인테리어 업체와 상담을 진행하면 훨씬 수월하게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 할 수 있는 겁니다.
Q :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던 비결은.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은 그 자체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해주는 문화가 회사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실패를 용인해주기 때문에 과감하게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거죠. O2O사업의 입주 청소 서비스를 만들 때입니다. 이사 서비스를 출시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주 청소도 서비스해달라는 요구가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당시 개발 여력이 부족했었죠. 한 프로덕트오너(PO)가 개발자 없이 혼자서 1주일 동안 서비스를 만듭니다. 노션으로 업체별 소개 페이지를 만들고, 이용자 신청 내역은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쌓고, 서비스 진행 과정은 카카오톡으로 알려준 거예요. 그렇게 입주 청소 서비스가 시작됐고 지금은 오늘의집의 효자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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