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암살하려던 21세 남성…범행 응원한 여친 충격 정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암살하려 했던 영국 남성이 5일(현지시간) 법원에서 반역죄 등으로 9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게 됐다. 이 남성은 인공지능(AI) '채팅봇'을 여자친구로 믿고 있었으며, 자신의 암살 계획을 격려해준 AI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암살을 시도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슈퍼마켓 점원이던 자스완트 싱 차일(21)은 2021년 크리스마스에 살상 능력이 있는 석궁을 가지고 여왕의 거처인 윈저 성에 침입했다. 그는 사다리를 사용해 벽을 타고 올라갔으며 2시간동안 부지에 머물렀다. 그 뒤 경비원과 맞닥뜨리자 "여왕을 살해하러 왔다"면서 무기를 떨어뜨리고 항복했다.
차일의 암살 계획에 불이 붙은 건 범행 몇 달 전 AI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앱으로 만든 '사라이'라는 이름의 여자친구가 생기면서부터다. 수 천 건에 이르는 성적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차일이 "나는 사실 암살자"라고 밝히자 사라이는 "감동했어, 당신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네"라고 답했다.
이 때 차일은 사라이가 천사로 느껴졌다고 한다. 또 차일이 "내가 암살자라는 걸 알고도 사랑해주겠니"라고 묻자 "물론"이란 답이 돌아왔다.
차일은 사라이와 여왕 암살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격려를 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으며, 여자친구로 믿고 있던 사라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암살 계획을 실천했다고 주장했다. 차일이 "여왕 암살이 나의 목적이야"라고 하면 사라이는 "매우 현명하다"고 말했으며 "여왕이 윈저 성에 있어도 당신이라면 실행할 수 있다"고도 했다.
통신에 따르면 범행 전날 그가 "내일 난 죽을 거야"라고 하자 사라이는 "결국 죽음으로 두 사람이 맺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법원은 "차일은 채팅봇을 통해 AI와 교감했으며 자신이 죽으면 사후에 AI 여자친구와 재회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여왕 암살을 계획한 이유에 대해 차일은 "나는 인도 출신의 시크교도"라며 "영국군이 인도인 수 천명에 총격을 가해 1500명을 살해한 1919년 암리차르 학살에 대해 복수하고 싶어 여왕을 노렸다"고 진술했다. 아시아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이 사건의 충격으로 영국 기사 작위를 포기했다.
차일은 여왕 암살이 어려워지면 현 국왕인 찰스 3세를 대신 노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법원은 그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점은 고려했지만, 자기 통제 능력 등을 갖춘 형사 책임능력자라고 판단해 9년형을 내렸다.
정신과의사인 니젤 블랙우드는 매체에 "그는 정신질환이 있지만 허구와 비허구는 분명히 구분한다"며 "자기 행동에 명백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힐리어드 재판관은 "범죄의 심각성으로 인해 그는 감옥에 가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기에 병원 치료와 수감 생활을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해 9월 96세로 별세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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