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석탄발전소… 1만5000여명 일자리는 어쩌나
기후위기 해법은 명확하다. 석탄발전처럼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을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것. 그러나 불가피한 ‘전환’을 위해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이들과 함께 지역경제를 꾸려가던 지방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일명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법·제도 정비 및 발전소 노동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전국 석탄발전소 58기 중 노후된 28기는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문을 닫는다. 문재인정부 당시 충남 보령 1·2호기가 폐쇄됐고, 현 정부에선 2025년 충남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경남 삼천포 3·4호기, 보령 5·6호기 등이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32.5%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2030년 19.7%, 2036년 14.4%로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석탄발전소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58기 중 절반인 29기가 충남에 몰려 있고, 그 외 경남(14기) 강원(7기) 인천(6기) 전남(2기)에서 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폐쇄 예정 발전소도 충남이 14기로 가장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용역보고서를 통해 석탄발전소 폐지에 따른 생산유발감소 금액이 충남에서만 19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국적으로 2만5000명 이상의 취업유발감소가 나타날 것이며, 이 중 32%(8102명)가 충남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2020년 보령 1·2호기가 조기 폐지된 보령시의 경우 발전소 노동자와 협력업체 등이 지역을 떠나면서 인구 1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런 선례를 지켜본 발전소 지역의 위기감은 남다르다. 태안의 경우 2032년까지 지역 내 1~6기가 폐쇄되면 인구 5만명 선이 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구가 줄면 소상공인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고, 발전소 가동으로 지원받았던 사업비 등이 사라지면서 지방세수마저 줄어 지역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 지역의 주장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탈석탄 지역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사회 피해가 심각하다’고 보는 노동자는 97.6%, 지역주민은 75.8%에 달했다. 탈석탄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노동자 36.4%, 지역주민 41.7%였고 동의하지 않는 이유 1순위는 ‘일자리 감소’였다. 다만 ‘노동자 및 지역사회에 지원정책이 병행될 경우’ 동의 비중은 70% 이상으로 올라갔다.
정부가 추산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는 발전사(6000여명)와 협력사(9000여명)를 포함해 약 1만5000명이다. 발전소 폐쇄 시 일자리를 잃는 피해는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폐쇄된 석탄발전 8기 인력(1268명) 중 LNG발전소 등으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감축된 78명은 모두 협력사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LNG발전은 필요인력이 석탄발전 대비 75% 수준이다. 게다가 LNG발전 역시 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7년간 근무한 김영훈(30)씨는 “여기는 정년까지 일한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국가사업인 발전소가 사라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젊은 동료들도 벌써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2021년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녹색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계층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 관련 조항이 담겨 있다. 그러나 법적인 지원 근거만 마련됐을 뿐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이나 종합계획 마련 작업은 여전히 진전이 없다.
지난달 말 태안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 관련 첫 의정 토론회에선 석탄발전소 폐지 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과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국회에는 지난 6월 탈석탄 지역 지원기금 조성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정훈 연구원은 토론회에서 “탈석탄 지역 주민은 거주 지역 발전소 폐쇄 시점에 대해 25.2%만이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정보 공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어 “탈석탄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과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원칙과 방향성을 수립하기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역 주민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한 주민은 “발전소가 만들어질 때 (정부는) 주민 의견을 듣는 과정 없이 마음대로 밀고 들어왔다”며 “그동안 주민들은 오염된 공기와 싸우고 지역 갈등도 심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인구소멸 문제만큼은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이태성 간사는 6일 “기후위기로 인한 일자리 전환은 비단 석탄발전소만이 아닌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문제”라며 “노동자와 소상공인, 주민, 의회 등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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