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안 좋은 모습 보여 부담 컸다"…더는 비난받고 싶지 않은 강백호

배영은 2023. 10. 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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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24·KT 위즈)는 한국 야구대표팀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선수 중 하나다. 프로 2년 차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정도로 재능과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국제대회에서 유독 비판의 중심에 서는 일이 잦았다.

강백호가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수퍼라운드 중국전에서 3회 2사 후 솔로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의 '세리머니사(死)'였다. 한국이 4-5로 뒤진 7회 말 1사 후 좌중간 2루타를 쳤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2루에 도착하자마자 신나게 세리머니를 하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됐다. 한국은 그대로 호주에 져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강백호는 '역적'으로 몰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그 후 처음으로 열린 메이저 국제대회다. 강백호는 24세 이하 혹은 프로 4년 차 이하 선수 위주로 꾸려진 이번 대표팀에 어김없이 승선했다. 이전엔 막내급이었다면, 이번엔 고참급이다. 시즌 중후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지만, 중장거리 타자가 필요했던 대표팀은 강백호를 또 한 번 국가대표로 선택했다.

출발은 나빴다. 류중일 감독은 조별리그 홍콩전과 대만전에 강백호를 4번 타자로 기용했지만, 두 경기 합계 8타수 무안타 4삼진에 그쳤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대만전에서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쳐 0-4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부담을 덜기 위해 6번으로 자리를 옮긴 태국전에선 2타점 적시타를 때렸지만, 한국이 17점을 뽑고 5회 콜드게임으로 끝낸 경기라 큰 박수를 받긴 어려웠다.

강백호(왼쪽)가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수퍼라운드 중국전을 마친 뒤 류중일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런 강백호가 처음으로 승리에 '제대로' 기여한 건 결승 진출을 확정한 6일 중국전이다. 2회 초 선두 타자로 안타를 치고 나가 김주원의 선제 결승 2점 홈런 때 함께 홈을 밟았다. 3회 초엔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큼직한 우월 솔로아치를 그렸다. 강백호가 네 번째 국제대회 만에 처음으로 터트린 홈런이었다.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한국의 8-1 승리에 강백호도 공을 세웠다. 류 감독은 이날 활약한 선수들을 두루 칭찬한 뒤 "무엇보다 강백호의 타격감이 살아난 게 고무적"이라고 반겼다.

강백호는 그간 자신에게 쏟아졌던, 곱지 않은 시선을 잘 알고 있다. 그로 인해 무거웠던 마음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항상 부담을 느꼈다. 이번 대회만큼은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결승 진출'과 '홈런 포함 3안타 경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도 활짝 웃지 않았다. "홈런을 쳐서라기보다는 한국이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는 데 영향을 미쳐서 기쁘다. 또 그보다 더 중요한 결승전을 앞두고 타격 컨디션이 나아졌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강백호가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수퍼라운드 중국전에서 3회 2사 후 솔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타선은 대만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스무 살 왼손 선발 린여우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이너리그)을 비롯한 대만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나 수퍼라운드 일본전과 중국전을 치르면서 조금씩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중국전에서는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치면서 예열을 마쳤다. 5일 전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서로에게 불어넣고 있다.

강백호는 "대만 투수들이 생각보다 더 좋았지만, 우리 타자들의 타격감도 많이 올라와 있다. 이번엔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며 "선취점을 최대한 빨리 뽑는 게 중요할 것 같다. 1~2회부터 집중해서 점수를 뽑아 앞서가면, 투수들이 잘 막아줄 거라고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또 "국제대회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어렵다. 정말 중요한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는 더 책임감을 갖고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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