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웠던 내게 아카데미 오히려 족쇄… ‘윤여정 명언’ 부담 커졌다”

최예슬 2023. 10. 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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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상(오스카) 수상 이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관객들과 만나 오스카 이후의 근황과 그동안 걸어온 '배우 윤여정'의 길을 함께 돌아봤다.

젊은 세대에게 윤여정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대단한 배우이자 인생 선배로 각인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관객에게 항상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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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찾은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상(오스카) 수상 이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관객들과 만나 오스카 이후의 근황과 그동안 걸어온 ‘배우 윤여정’의 길을 함께 돌아봤다.

윤여정은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오스카상 수상 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달라지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 중”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영화 ‘미나리’로 2021년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평소에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영화평론가 김도훈이 ‘대표작을 꼽아 달라’고 하자 “대표작은 남들이 얘기해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나는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은 게 용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 전통적인 것, 관습적인 것이 맞지 않았다”며 “연기하는 스타일도 좋은 반응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출연작 ‘바람 난 가족’의 클립이 상영되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내 영화를 내가 보는 것”이라고 말해 관객을 웃게 했다.

규범이나 굴레에 연연하지 않던 그는 오스카 수상 이후 부담감이 커졌다고 했다. 윤여정은 “나는 자유롭게 살던 사람인데 아카데미가 내게 족쇄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가 “나가서 사람들에게 ‘그 여자 존경할 것 하나 없다’고 전해 달라”고 말하자 객석에선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젊은 세대에게 윤여정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대단한 배우이자 인생 선배로 각인되고 있다. 그가 예능에 나와 젊은이들에게 했던 조언들은 명언으로 불렸다. ‘윤여정 명언’ 영상은 SNS에서 인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아카데미상을 타고 나니 두려움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나는 존경할 만한 사람은 못 돼요. 내가 지금 잠깐 빛나는 건 아카데미 때문에 그런 건데 그건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된 거라고 생각해요. 연예인이 된다는 건 이유 없이 추켜세워지다가도 이유 없이 한 사건으로 매도당할 때가 있잖아요. 추켜세워질 때 나는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인데 매도당할 때는 악인이고 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무서워요.”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이어 오면서 윤여정은 일반적으로 여배우가 쉽게 수락하기 힘든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관객에게 항상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그는 노인을 상대로 성을 파는 노년의 여성을 연기했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내가 미인이 아닌데 배우를 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 나는 (남들과) 다른 역할밖에 들어올 수 없다는 처지를 빨리 알았다”고 전했다.

“제가 그렇게 스타인 적이 없었어요. 저의 존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별 불만은 없었어요. 우리 때는 특출난 미인만 배우가 되는 시절이었거든요.”

그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내내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왜 나를 좋아하냐’고 묻기도 했다. 자유로워 보여서 좋아한다는 팬의 말에 그는 “자유로우려면 굉장히 많이 부딪쳐야 한다. 내가 자유로운 것도 싸워서 쟁취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 관객은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하면서 연기 조언을 구했다. 윤여정은 질문을 경청한 뒤 “연기 잘하는 건 배울 수 없다. 계속하라”고 독려하면서도 더 정진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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