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찾는다고 가방 뒤지는 골프장[정현권의 감성골프]
3부 타임이어서 먹거리가 애매해 떡이랑 음료수를 맞춰서 가져갔다.마침 보냉백을 본 직원이 다가와 락커에 보관했다가 경기 종료 후 가져가라면서 단호하게 차단했다.
조용히 스타트하우스에서 나눠주려 했는데 손에 든 텀블러를 제외하고 캔커피 반입도 제지했다. 사정을 얘기해도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 사연을 접하고 이용객 가방검사까지 일삼은 직원과 쌈박질까지 벌어진 사례도 댓글로 붙었다.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여전히 외부 음식물 반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주에는 퇴직한 직장 선배가 골프장 라커룸에 떡하니 음식물 반입을 전면 금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너무 고압적이라는 생각에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단다.
이를 어긴 회원에게는 벌점을 부과해 골프 부킹을 일정기간 정지시켰다. 이에 이용객이 반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입장객이 가져온 음식물은 음료수(물, 커피), 초컬릿, 바나나, 떡 등이었다. 환경유지나 경기질서와 전혀 상관없는 간식류에 불과했다.
당시 해당 골프장 그늘집 음식 가격은 시중의 3배 정도였다. 골프장이 환경유지와 경기질서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지만 실제론 터무니없이 비싼 골프장 음식물을 강매하는 행위이다. 가벼운 음식물을 가져왔는데도 회원권 이용을 제한하는 데에 회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런 사실을 7일간 골프장 내에 공표하도록 했다. 이 사례를 참고해 만약 골프장측이 음식물 반입을 무리하게 제지하고 이용을 제한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 될 듯하다.
지난해 말 도입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 제정에 따라 이제 골프장에도 외부 음식 반입이 보장된다. 예약하는 과정에서 골프장이 음식물 구매를 강제할 수 없다는 의무 조항도 생겼다. 이에 따라 그 동안 클럽하우스 식당과 그늘집 등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예약을 받았던 관행에 제동을 걸렸다.
한국골프소비자원에 따르면 경기도 한 골프장 그늘집에선 떡볶이 4만7000원, 해물파전 3만9000원이며 소비자가격 2000원 선인 막걸리는 1만3000원에 판매한다. 전반 라운드를 돌고 잠깐 쉬는 시간에 막걸리 1통 1만6000원, 떡볶이 6만원 메뉴를 본 적도 있다.
골프장에 음식 반입을 주장하는 사람 수위도 약간 다르다. 커피, 초컬릿, 떡, 빵 정도를 허용하자는 측과 쓰레기 정리만 잘 하면 어느 종류도 가능하다며 대폭 허용해야 한다는 부류로 나뉜다.
한국골프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프장 캔맥주는 시중보다 9.8배, 이온음료 8.2배, 삶은 계란 6배이다.
PGA챔피언이 열리는 뉴욕주 베스페이지골프장 식음료는 외부보다 전혀 비싸지 않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도 입장권만 비쌀 뿐 콜라 1.5달러, 블루베리 머핀 1달러, 칠면조와 햄이 들어간 인기 샌드위치도 2.5달러 정도이다.
외부 음식 반입에 대해 골프장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보통 외주 계약을 맺은 호텔이나 외식업체가 레스토랑과 그늘집을 운영하는데 이들이 고가정책을 펼친다고 해명한다.
이들로부터 매출액의 10~20%를 받는 골프장들은 가격 횡포의 주범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화살을 이들에게 돌린다.
경기도 여주의 한 대중골프장은 착한 음식 가격으로 필자도 골프장 음식을 자주 이용한다. 골프장 음식 가격이 합리적이면 외부 음식 반입 문제는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지인들과 동반 라운드를 한다는 설렘을 듬뿍 안고 갔다가 식음료 때문에 기분을 망치는 일을 없애려면 우선 골프장이 원인 해소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골프대중화에 한발 다가서고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 끝없이 해외로 이어지는 골퍼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길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매일경제 전 스포츠레저부장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가 팔았는데···HP가 인수하고 더 잘나가는 이곳 - 매일경제
- 한강 영구 조망 매력에 ‘흠뻑’···작지만 강한 성동 재건축 단지 [재건축 임장노트] - 매일경
- 대박 예감… 갤럭시 S23인데 30% 싸게 판다 - 매일경제
- “자기야 마곡에 집 구하자”...서울 3억원대 ‘반값아파트’ 예약 시작 - 매일경제
- 수제맥주 다 죽 쒔는데…‘곰돌이 술’ 매출 25배 늘어났다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안 준 보험금 쉬쉬...12조원 넘게 숨긴 보험사들 - 매일경제
- 집값 급락의 전조?...‘아파트 대체재’로 날던 오피스텔 찬바람 - 매일경제
- “구광모 경영권 승계 유지 있었다”...LG家 세모녀 상속 법정다툼 시작 - 매일경제
- “국어는 어렵고 수학은 쉬웠다”… 현우진·정상모 수학 카르텔 깨지나 - 매일경제
- 우리도 접는다! LG전자 499만원 폴더블 노트북 승부수 띄웠는데...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