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후보자 낙마…李 체포안 때와 달리 비명계 이탈 없었다

위문희, 김정재 2023. 10. 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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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석 거야(巨野) 주도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이 무산되면서 35년 만에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대법원장(이균용) 임명동의안이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295명 중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김성룡 기자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 투표수 295표 중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했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낙마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정기승 후보자 이후 두번째다.

이 후보자 임명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결과로 풀이된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대법원장 임명안은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이날 해외 순방 중인 김진표 의장과 병원 입원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수감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 3명을 제외한 전원(295명)이 투표해 가결정족수는 148명이었다.

이날 표결에 앞서 민주당(167명)과 정의당(6명)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외 기본소득당(1명), 진보당(1명),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5명) 등을 합치면 부결 가능표는 180표인데, 결과적으로 반대 175표는 부결 대열에서 이탈이 최소화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 대비된다. 당시도 출석의원은 295명이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이었다. 2주만에 반대표, 즉 민주당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은 이가 39명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민주당의 강경기조도 더 짙어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 후보자 임명안 표결이 이 대표 체포안 때와 크게 달랐던 점은 당론채택 여부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 체포안 부결을 당부하면서도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고, 의원 자율투표에 맡겼다. 하지만 이번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이 후보자 임명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해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또한 체포안 표결 전날 이 대표가 부결을 호소하는 SNS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는 등 당내 역풍이 불었지만, 이번엔 이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에 대해 당내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됐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한 상황에서 당시 체포안에 가결표를 던졌던 비명계가 또다시 대거 이탈하기는 어려웠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체포안 가결 이후 ‘가결표 색출 논란’ 등 당의 종합적 상황을 검토해 원내대표가 ‘당론 부결’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 홍 원내대표는 “신임 원내대표의 첫 의사결정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후보자 낙마로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 이후 열흘 넘게 이어져 온 대법원장 공백사태의 책임을 지게 된 것은 민주당에겐 부담스런 요소다. 당장 대법원 업무 마비 사태부터 우려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의 경우 대법원장 없이 권한대행만으로 선고하는 쉽지 않다. 내년 1월로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제청 절차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은 즉각 날을 세웠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부결 직후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사법공백 야기시킨 민주당은 사죄하라”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기현 대표는 “개인적 사법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의 구제에 의지하는 국민의 절박함을 민주당은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관련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에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검법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재명 대표도 가결표를 행사하기 위해 입원 18일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의원이 일방적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특검법 패스트트랙은 총투표수 183표 중 찬성 182표, 반대 1표로 통과됐다.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79명)의 찬성이다.

조만간 이 대표의 당무 복귀와 맞물려 “민주당의 대여 투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자 낙마를 거치며 민주당 단일대오를 확인했기에 향후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내년 4.10 총선까지 강대강 대치가 반복될 거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 참석,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보호출산제법(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 특별법안) ▶머그샷법(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 ▶정순신 방지법(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법 개정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도 통과됐다.

위문희ㆍ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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