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새로운 세대 韓 팬들 반가워”
아이나 디엔드, 히로세 스즈, 마츠무라 호쿠토 등 출연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4월 이야기’로 초청받았다. 내 커리어와 함께 발전해 온 영화제라 형제나 친구같은 친근감을 느낀다. 26년 만에 부산에서 새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고, 새로운 세대의 한국 팬들과 만나 반갑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영화 ‘키리에의 노래’ 기자간담회에서 이와이 슌지 감독이 오랜만에 부산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키리에의 노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돼 감독과 히로세 스즈, 아이나 디 엔드, 마츠무라 호쿠토 등 주연 배우들이 내한했다.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말을 할 수 없게 된 소녀 루카(아이나 디 엔드)가 음악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쓰나미 당시 높은 나무 위로 대피해 목숨을 구한 루카는 죽은 언니의 남자친구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가 오사카의 대학에 갔다는 걸 기억해내고 무작정 오사카를 찾아간다.
오사카에서 자신을 보살펴 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츠히코와도 재회하지만 이들과 헤어져 고아원에 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성장한 루카는 도쿄의 길거리를 떠돌며 노래하는 가수 키리에가 된다. 우연히 만난 옛 친구 이코(히로세 스즈)는 키리에의 매니저가 되기로 하지만 어느날 사라져버린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 센다이가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어 큰 충격을 받았다. 대지진 1년 후 ‘꽃이 핀다’는 곡을 작사하고 10년 간 ‘꽃이 핀다’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며 “지진을 가까운 존재로 느끼기에 언젠가 본업인 영화로 이 주제를 마주해야 하고, 다뤄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나츠히코의 이야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지진 1년 후에 만들었지만 12년의 시간 동안 다듬어져 이번 영화에 담겼다.
그는 “지진을 영화의 주제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큰 피해를 받은 사람도 작은 피해를 받은 사람도 있고, 그 곳에 있지 않았던 사람도 피해를 입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 지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지진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고 계속 함께하는 주제”라고 강조했다.
루카를 연기한 아이나 디 엔드는 싱어송라이터다. 영화는 루카와 친구들이 버스킹하는 장면도 비중 있게 담아냈다. 아이나 디 엔드는 “영화에 삽입된 노래 여섯 곡을 만들었다. 다른 활동을 하면서 노래를 만들다보니 밤중에 작업해야 하는데 큰 소리를 낼 수 없어 입에 수건을 물고 노래를 만들고 연습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역할이다보니 노래할 때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야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까 했다. 가창력이 좋다거나 멜로디가 아름답다는 느낌보다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비명, 감정의 극치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으로 국내 팬들의 사랑을 받은 히로세 스즈는 루카를 돕는 친구 이코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히로세 스즈는 “어느 나라에서 벌어졌던 일인지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나 역시 직접 재난을 겪지 않았지만 아이나 디 엔드와 마츠무라 호쿠토의 연기를 보고 내가 느낀 것들을 바다 건너 한국의 관객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츠무라 호쿠토는 올해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남자 주인공 소타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마츠무라 호쿠토는 “이번 기회에 ’스즈메의 문단속’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할 수 있어 기쁘다”며 “SNS 등을 통해 한국 관객들의 응원메시지를 받으면서 믿을 수 없을만큼 기뻤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한국 팬들이 열정을 가지고 응원해주고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 ‘러브레터’(1999) 이후 한국 사람들이 모두 내게 ‘오겡끼데스까’라고 인사해 한국을 친한 친구나 친척처럼 느끼고 살아왔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작품을 만들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며 “젊고 재능 있는 배우들과 이렇게 영화를 완성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영화를 본다는 느낌으로, 다음 번엔 공연을 본다는 느낌으로 여러 번 극장을 찾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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