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경영권 승계 유지 있었다”...LG家 세모녀 상속 법정다툼 시작

LG家 상속 법정 공방 돌입…“구광모 경영 승계는 선대회장 유지”

(출처= 연합뉴스)

LG가(家)소송의 첫 재판에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가진 경영재산을 현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승계한다는 유지(遺旨)를 남겼고 이를 세 모녀도 확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5일 LG가(家)의 세 모녀가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정다툼의 첫 변론 기일이 열렸다. 지난 2월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가 아들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이다.

2018년 5월 별세한 故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이 중 구광모 회장은 지분 8.76%를 물려받았고, 세 모녀는 일부 지분(2.01% 구연경 대표, 0.51% 구연수씨 등)에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은 상태다.

4년이 지난 지금 원고 측은 구 회장의 ㈜LG 주식 상속에 대한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해 속아서 상속에 협의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구 회장 측은 전원 의사에 따른 분할 협의서가 존재하고 작성 과정에서 어떤 문제도 없었으며 누구도 4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재판의 변수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었다. 하 사장은 구 선대회장 별세 전후로 그룹 총수 일가의 재산 관리와 상속 분할 협의 등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날 하 사장의 증언에서는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 재산’을 승계해야 한다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가 있었고 세 모녀도 이를 확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 사장은 “선대회장은 ‘다음 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구광모 회장의 지분이 부족하니 앞으로 구 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공방을 벌이게 된 것은 원고측이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유지가 담겨있다는 메모는 폐기됐고 그 경위가 의문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원고 측은 “원고들에게 유언장이 있다는 언급을 여러 번 하지 않았느냐”,“상속 절차 과정에서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았다”고 주장했고, 하 사장은 “유언장은 없었다”며 “(원고들에게도) 유언장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선대회장의 뜻이 담긴 메모라고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적 효력을 갖춘 유언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구 선대회장이 뇌종양 수술 전에 병실로 불러 경영 재산을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하겠다고 했다”며 “내용을 정리한 뒤 다음 날 보여드리고 자필 서명을 받았다. 이후에도 이 메모를 보고해 비상시(유고시) 이대로 진행하면 된다는 지시를 받았고 이후 다시 같은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고 측은 유지가 담긴 메모도 원고들은 못 봤다고 한다며 문서 파기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반면 하 사장은 “상속 절차를 보고하면서 여러 차례 보여드렸다”며 “(메모는) 유언장도 아닌 데다, 그대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아 상속세 신고 종결 이후 효용 가치가 없어져 업무 관행에 따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피고측은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동의서와 3차에 걸친 상속 재산 분할 합의 과정을 공개했다. “분할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해서 협의서 작성에 이른 것”이라며 “원고들은 이후로도 상속세 납부나 재산 관리를 평소처럼 재무관리팀에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애초에 하 사장은 딸들은 주식 한 주도 못 받기로 했으나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사장은 “인감도장을 찍으러 갔더니 김 여사가 딸들이 주식 한 주를 못 받는 게 서운하다고 했다“며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15%를 제외한 지분 2.52%를 원고들에게 상속하는 걸로 제안하기로 했다“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하 사장을 상대로 추가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