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갈고 개발했다" 삼성 엑시노스 부활…갤S24 두뇌 공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플래그십(최상위)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리더십 되찾기에 나섰다. 특히 반도체 분야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성능을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칩 생산 뿐 아니라 설계에 있어서도 글로벌 1위 자리를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미주 총괄본부에서 삼성 시스템LSI 테크데이 2023을 열고 AP 신제품 ‘엑시노스(Exynos) 2400’을 공개했다. 삼성이 자체 설계한 모바일 AP 중 최고 성능을 갖춘 칩셋이다. 엑시노스2400은 현재 모든 설계가 끝나고 본격적인 생산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10월 4일자〉
전작인 엑시노스2200을 탑재했던 갤럭시S22 시리즈가 발열 논란에 휘말린 이후 삼성 스스로 “절치부심 끝에 내놓았다”고 할 만큼 칼을 갈고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은 지난해 손실을 무릅쓰고 설계가 끝난 엑시노스2300를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하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신제품에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3세대 등 경쟁 제품을 넘어서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물론,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도 발열 관리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AMD의 최신 GPU인 엑스클립스940을 탑재했으며 엑시노스 2200 대비 CPU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GPU는 스마트폰 게임 등에서 그래픽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하는 역할을 해 모바일 AP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삼성은 AMD와 모바일 그래픽 분야에서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관련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삼성은 이날 엑시노스2400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문자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직접 시연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는 칩 자체적으로 AI를 구동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기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애플과 퀄컴, 인텔 등은 자사의 최신 칩셋에 모두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했는데 삼성까지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처리하는 ‘생성형 AI’가 올해 가장 중요한 기술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삼성은 ‘시스템LSI 휴머노이드’를 구현해나가며 생성형 AI보다 더 발전된 ‘선행적 AI’ 시대를 열 것”이라 말했다.
신형 엑시노스는 연내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공정 수정을 거듭하며 삼성의 4나노 공정 수율도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칩셋 생산을 위해 그간 삼성이 개발한 첨단 패키징 신기술도 총동원된다.
통상 모바일 AP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 최첨단 공정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제품과 비슷한 성능만 나온다면 칩 설계와 생산에서 삼성이 다시 애플과 TSMC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엑시노스2400은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4 시리즈 일부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칩 설계·생산은 물론 스마트폰 완제품까지 모두 맡아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으로는 2년 만에 다시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스마트폰 기기 성능이 상향평준화하면서 모바일 AP 자체 개발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은 올 2분기 7%로 대만 미디어텍(30%), 미국 퀄컴(29%), 애플(19%), 중국 UNISOC(15%)에 이어 5위다.
삼성전자는 이날 테크데이에서 차량용 제품인 엑시노스 오토, 아이소셀 오토, 아이소셀 비전 등 차세대 기술도 선보였다.
같은 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연간 판매되는 삼성전자 제품의 개수가 5억대를 넘고 연간 삼성계정을 이용하는 고객은 6억명이 넘는다”며 “모든 기기를 연결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삼성전자는 연례행사인 테크데이와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반도체 기술현황과 소프트웨어·서비스·플랫폼 비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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