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19살 김제덕 포효…남자 양궁, 13년만에 AG 금메달

피주영 2023. 10. 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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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는 김제덕, 오진혁, 이우석(왼쪽부터). 뉴스1
13년 만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오진혁, 이우석, 김제덕(왼쪽부터). 연합뉴스

한국 남자 양궁대표팀이 13년 만에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우석(26·코오롱), 오진혁(42·현대제철), 김제덕(19·예천군청)이 나선 한국 대표팀은 6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를 세트 점수 5-1(60-55 57-57 56-55)로 물리쳤다.

아시안게임 양궁은 한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는다. 세트 점수를 합산해 승자를 결정한다. 개인전은 3발 5세트, 단체전은 6발 4세트, 혼성전은 4발 4세트로 치러진다.

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 하는 남자 양궁 대표팀. 뉴스1
시상대에서 재킷에 새겨진 태극마크에 입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친 남자 양궁대표팀. 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김제덕, 이우석, 오진혁 순으로 활 시위를 당겼다. 한국은 인도를 상대로 1세트 6발 모두 10점에 꽂는 압도적인 실력들 보였다. 김제덕은 이날 10점을 쏠 때마다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남자 양궁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이 이후 13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서는 감격을 누렸다. 한국은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8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중국에 금메달(한국 동메달)을 내줬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결승서 대만에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과녁을 향해 힘껏 활을 쏘는 김제덕(오른쪽). 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나는 1981년생 맏형 오진혁에게 단체전 금메달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한국이 마지막으로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멤버다. 오진혁은 금메달을 확정하는 3세트 마지막 발을 10점으로 책임졌다. 그런데 알고보니 13년 만의 금메달을 확정 지은 마지막 화살은 사실 잘못 발사된 것이었다.

오진혁은 "기술을 쓸 때, 고무줄을 자르면 딱 터지는, 그런 느낌으로 쏴야 하는데 그때는 뭔가 '덜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점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운 좋게 10점에 맞아줬다"며 웃었다. 어느덧 42세가 된 오진혁은 "모든 시합이 그냥 다 좋다. 나이를 먹고 딴 메달이나 어렸을 때 딴 메달이나, 똑같이 그 과정이 힘들었고 또 소중하다"면서 "그때도, 지금도 마음가짐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3년 동안 단체전 금메달을 못 따서) 절치부심해서 경기를 잘 준비했다. 동생들이 너무 잘해줬다. 난 보탬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 2관왕'인 막내 김제덕은 아시안게임 데뷔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기쁨을 누렸다. 임시현(한국체대)과 호흡을 맞춰 혼성전에서 우승한 이우석은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첫 아시안게임이었던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은메달만 2개 땄다. 이우석은 7일 개인전 동메달결정전에도 나선다. 이우석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만큼, 날아갈 듯이 기쁘다"면서 "내일 개인전 3위 결정전 경기가 남아있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나머지 동메달 하나를 더 추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안게임 7연패를 달성한 여자 양궁. 시상대에 선 안산, 최미선, 임시현(왼쪽부터). 항저우=장진영 기자
금메달을 들고 남자 양궁대표팀 선수들과 활짝 웃은 정의선 회장. 연합뉴스

이로써 한국은 이날 양궁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앞서 치러진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임시현, 안산(광주여대), 최미선(광주은행)으로 팀을 꾸린 한국이 중국을 세트 점수 5-3(58-58 55-53 55-56 57-54)으로 이겼다.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이뤄낸 것도 13년 만이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한 번도 이 종목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한국 여자 양궁은 7연패 쾌거를 이뤘다. 지난 4일 이우석과 함께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임시현은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임시현은 7일 안산을 상대로 치르는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하면 37년 만의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다. 안산과 최미선은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금으로 장식했다. 임시현과 안산, 최미선 모두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장을 찾은 정의선 회장. 뉴스1

한편 이날 한국 양궁의 든든한 후원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양궁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전하며 '태극 궁사'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회장은 VIP석에서 장영술, 한규형 부회장 등과 함께 대회 양궁 남자 단체전을 지켜봤다. 대한양궁협회 회장 및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직도 맡은 정 회장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과 식사도 하는 등 그동안 양궁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이 비즈니스 일정 사이에 항저우를 방문,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궁협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남자 단체전, 7일 오전 열리는 남녀 개인전을 관전하고 출국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랜 기간 양궁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협회 회장에 취임한 이후 현재 회장을 5연속 연임 중인 정의선 회장에 이르기까지 38년째 양궁협회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 중 최장기간이다.

항저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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