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뽑는 방식 바꾸자는 데 무관심한 여당

박소희 2023. 10.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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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직접 참여한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 보고서에 의구심 표명... 협상도 지지부진

[박소희 기자]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2023.5.6
ⓒ 연합뉴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 보고서가 마침내 나왔다. 국민이 직접 참여,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를 고민했다는 함의가 큰 조사다. 하지만 국회 결과 보고 당시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여당은 보고서 발간식조차 불참하는 등 여전히 선거제 개편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정개특위는 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결과보고서 발간식을 열었다. 남인순 위원장은 "선거제도라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 선출 제도에 관한 부분인데 의원들이 결정하는 것보다 국민들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는 게 좋겠다라는 차원에서, 그래야만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차원에서 (공론조사를) 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아직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합의가... 논의는 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도 공론조사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 개편 협상 상황으로 인해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진전을 못 시켜내고 있어서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협상) 전망도 썩 밝지 않다는 게 개인적 소감이어서 그것도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같은 시간 열리는 의원총회를 이유로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결과는 의심, 선거제 개편엔 무관심한 여당

국민의힘은 지난 6월 20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도 공론조사 결과를 두고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개특위가 지난 5월 총 세 차례에 걸쳐 유권자 4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숙의 전 참가자들은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바꿀 필요가 있다' 77%), 비례대표나 국회의원 전체 숫자를 늘리거나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데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숙의 후 조사에선 상당수가 의견을 바꿨다.

- 지역구 의원 수는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 : 27%→41%→70%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금 이대로 유지해야 한다 : 14%→17%→24%
- 차이의 절반보다 더 많은 비례의석을 보충해줘야 한다 : 14%→19%→28%
(* 현재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을 반영하는 '준연동형' 방식)
- 국회의원 수는 지금보다 줄이는 것이 좋다 : 65%→58%→37%
- 국회의원 수는 지금 이대로 또는 늘리는 것이 좋다 : 31%→39%→62%

그러자 김상훈 의원은 "우리 당 위원님 중에 워킹그룹의 구성에 대한 바이어스(bias, 편향)에 대한 이의 제기도 있었다"며 "특히 토론·발제 과정에서 정치학자분들에 의해서 주도된, 그런 경도된 여론조사가 나왔을 가능성이 또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하 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조정에 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문항을 지적하며 "제가 볼 때는 조금 편향된 선택지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이관후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보고서 발간식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이 나오자 "워킹그룹을 보시면 여러 단위에서 다양하게 추천됐고, 거기 오신 분들마다 생각하는 좋은 방향이 있으나 다 내려놓고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 자체가 공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획 단계인 정개특위 워킹그룹 외에 운영/검증/수행 주체를 다 분리시켰다"며 "지금까지 공론화 절차 중에선 가장 공정하다"고 부연했다.
 
 남인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일각에선 '복잡한 선거제도를 참가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공론조사에 참여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민참여단' 김애순씨는 이렇게 말했다.

"공론 과정에서 느낀 건 (참가자들이) 정말 많이 알고 있다는 거다. 잘 알고 있고, 관심도 많고, (정치에) 기대도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는 안 나오고, 비난과 나쁜 측면은 되게 많이 나오더라. 정말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수준이 높다. 정치하는 분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저도 (공론조사 참여 후) 관심의 위치가 올라왔다. 저도 두 눈 크게 뜨고, 안경까지 쓰고 (선거제 개편 논의) 결과를 볼 거고, 다음 선거도 관심 있게 볼 거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5월 6일과 5월 13일에 걸쳐 ▲선거 제도 개편의 원칙과 목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의 크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 ▲의석 비율과 의원 정수 등 네 가지 의제마다 총 6회의 분임 토의(290분), 전문가 발표 및 토의 4회(100분), 질의응답 6회(205분) 등 약 10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숙의했고 세 번의 조사로 그때그때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했다. 3차 조사 후 참가자의 81%는 숙의 자료집을 '완독'했다고 밝혔고, 14%도 4분의 3가량 봤다고 답했다.

결국 '의지'가 문제... 10월 내 협상 성과 날까

남은 것은 국회가 공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반영해 선거제 개편의 성과를 내놓는 일이다. 박민규 고려대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조사나 연구 결과가 나오면 실제 실행에는 예산 문제 등 현실 문제가 반영되지만 사회과학분야는 결국 의지의 문제라 생각한다"라며 "국회에서 의지를 갖고 결과를 실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또 "주어진 파이를 지역구 단위로 나누는 일보다, 파이를 키우는 일을 잘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우리 정치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그런 절실한 마음들이 공론조사 결과로 나타났다"며 "국회의원들은 이 책(보고서)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의지"라고 얘기했다. 김영배 의원은 현재 국회 상황을 볼 때 "10월 한 달이 마지막 협상 시한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언론에서 좀 관심을 갖고, 국민적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는 시기가 지금 아닌가 말씀 올리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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