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채팅방서 "지하철 테러한다"…처벌 경고에도 살인예고 왜
지난 1일 한 스포츠 중계 라이브채팅방에 “내일 지하철에서 테러할 것”이라는 테러 예고글이 올라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추적 끝에 지난 4일 예고글을 올린 이를 특정했다. 현재는 대전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테러의 시점이나 장소가 명확히 특정 되진 않았지만 경찰은 협박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협박글이 올라온 스포츠 중계 채널에 자료 요청을 해두었고, 수사 절차에 따라 피의자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7월 21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살인·테러예고글 관련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서울 강동구 소재의 한 디스코팡팡에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글을 올린 10대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살인예고글 게시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총 298명이다. 흉기난동 범죄가 잦아들면서 경찰은 9월부터 살인예고글 수사 착수 건수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검거된 이들이 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28일까지 전국에서 살인예고글을 올렸다가 검거된 이들은 235명이었지만, 이후에도 63명이 추가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건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여전히 협박글 관련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심이 쏠리는 건 이처럼 살인·테러예고글 관련 범죄가 계속되고 있는 배경이다. 법무부 등 당국이 수사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음에도 범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막대한 공권력의 소모를 초래한 살인예고글 게시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그 첫 소송으로 ‘신림역 2번 출구 살인예고’글 게시자를 피고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첫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A씨는 7월 26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신림역 2번 출구 앞에 칼을 들고 있다, 이제부터 사람 죽인다”는 글을 올린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협박)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특별치안활동 기간에 국민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내용도 바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자체 분석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범죄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처벌의 신속성·엄중선·확실성이 모두 확보돼야 한다. 엄중 처벌만 강조해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현대인들, 특히 미성년자들이 자신이 장난식으로 올린 글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범죄가 계속되는 것”(최이문 경찰대 법심리학 교수) 등의 해석을 내놨다.
살인·테러예고글 범죄 대응책으로 정부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검토하는 데 대해선 비판 의견도 있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력에 들어간 비용을 예산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청구한 비용으로 대체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며 “허위신고보다 더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경찰 수사에 들어간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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