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Z여자들]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해보니 많은 게 다르네요
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편집자말>
[한재아 기자]
공공도서관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하나씩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조용한 곳, 여유롭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말한다. 사서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이다. 과거의 도서관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만 읽는 곳이고, 지금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는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곳도 많아졌다. 다만, 사서는 아니다.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그 속에서 일하는 사서의 시간은 결코 여유롭거나 편안하지 않다.
도서관을 이루는 모든 것에는 사서의 손길이 닿는다. 서가에 꽂혀 있는 수만 권의 책(장서)부터 도서관 곳곳에 붙어있는 홍보 포스터와 안내문까지. 사서의 일은 흔히 생각하는 대출, 반납이 전부가 아니었다.
하루 동안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자의 통계를 내고, 상호대차(책두레라고도 부른다) 도서를 처리하거나 정기간행물(잡지)과 신문을 등록하고 배치하기도 한다. 예약이 들어온 책은 수시로 관리한다. 파손되거나 오염된 도서를 찾아 수선하는 것도 일상이다. 가끔 시간이 남을 때면 도서관 안에서 실종된 도서를 찾기 위해 온갖 서가를 돌아다니거나 줄지어 늘어진 서가의 책을 정배열 하기도 한다.
데스크에 앉아 있을 때는 새로 들어올 책(신간도서)을 찾아 리스트를 짜는 수서업무를 보거나 북큐레이션에 들어갈 도서를 선정할 때, 또 곧 진행할 프로그램의 홍보 포스터와 현수막 도안을 만들 때 정도다. 이밖에도 많은 일을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변수가 일어나는 건 역시 민원을 처리하는 일이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체된 도서를 반납받을 때 언제까지 대출정지가 된다고 안내를 드리면 왜 책을 못 빌리냐며 화를 내는 이용자가 있다. 또 책을 못 찾겠다며 청구기호가 적힌 종이를 던지거나(보통 찾지 못할 뿐 제자리에 잘 꽂혀 있다) 언제까지 찾아 놓으라며 명령 아닌 명령을 하고 가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 공공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담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다보면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게 된다. |
ⓒ 한재아 |
약 한 달 전 기사를 보면 공공도서관이 처한 현재 위치가 적나라하게 보일 것이다. 해당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작년(2022년)부터 양천문화재단분회 노동자들(양천구 구립도서관 사서 노동자들로 구성)은 노동조합을 통해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한 교섭을 재단 측과 진행하고 있었다.
2. 다양한 안건을 제시했으나 재단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대부분의 제안을 철회하고 명절수당(설날, 추석) 각 30% 지급(현재는 0원)과 장기근속수당 지급(현재는 0원) 두 가지만을 요구했다.
3. 9/13(수) 3시경 구청 측에서 교섭을 진행하겠다 했지만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퇴거 불응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때 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4. 9/15(금) 수감되었던 직원 6명이 풀려났고, 9/19(화) 3시경 협상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24년부터 명절수당(설, 추석)을 각 25%씩 지급하고, 장기근속수당은 신설하나 비용과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일단락되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뉴스 기사 혹은 스튜디오 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일이지만 같은 업계나 지역이 아니면 이 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사서로 일하지 않고 이용자로만 있었다면 몰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이번 일로 수면 밖으로 꺼내진 양천구 구립도서관 사서들의 처우가 더욱 알려지길 바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롭게 지어지는 공공도서관은 늘어나고, 도서관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지만 막상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사서의 수는 예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변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분들만 봐도 3인분의 일을 혼자서 감당하거나 한 명이 큰 업무를 3~4개씩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력이 부족해 휴가도 제대로 갈 수 없는 경우는 다반사다. 여전히 주 6일을 근무하는 곳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이미 최저임금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 당연시 되어버린 것이다.
불현듯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뒤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했던 말이 하나씩 떠오른다.
"사서로 일하면 편하겠네~ 책도 많이 읽을 거고. 좋겠다~."
그들이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 역시 사서라는 직업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짧게 대답할 뿐이다. "그렇지는 않더라구(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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