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불가능" 美의회 확산…롬니 "핵 없는 한국, 불안할 것"

정진우 2023. 10. 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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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핵 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북 및 북미 대화는 실종됐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의회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원칙론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21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한반도 안보’를 주제로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청문회 역시 바이든식 대북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성토의 장이 됐다.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역대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정말 중구난방이었다”면서다. 특히 “우리에겐 북한과 관련한 일관된 전략이나 정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CVID는 실현 불가능" 멀어지는 비핵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북한에 대한 원칙론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닮은 면이 많다. 일각에선 바이든식 대북정책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구한 '전략적 인내'의 두 번째 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합뉴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외교적 관여와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추구해온 민주당에서조차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이어졌다.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한반도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 능력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우리의 억제는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 담당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의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현실을 반영한 대북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밴 홀런 의원은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대북전략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종류의 장기적인 접근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수용할 경우 언제든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지만, 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선제적인 변화 없이는 대북 제재 해제 등 인센티브 제공도 없다는 바이든식 대북 원칙론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北 대화 차단한 채 핵 무력 '올인'


북한은 지난 4월과 7월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지난 2년 10개월간 북한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3월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스스로 약속했던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유예)을 파기했고, 이후 유례없는 강도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누적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북한의 핵 무력 강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존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를 활용한 ICBM 시험발사에 나섰고, 지난달엔 수중 핵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고 밝혔다. 중·러와의 결탁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를 회피하며 핵 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 결과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예비 대화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을 국빈 방미해 확장억제를 대폭 강화하고 한미 핵 협의 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워싱턴선언을 채택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한의 핵 무력 강화는 한국의 딜레마로 이어진다. 물론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를 창설하기로 합의하고 다양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도출됐다. 다만 유사시 핵 보복 등 최종적인 핵 사용 권한이 미국에 있는 확장억제만으론 비핵국인 한국이 당면한 북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날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도 남북 간 비대칭적 핵전력으로 인한 한국의 안보 불안이 화두에 올랐다. 특히 밋 롬니 의원은 “한국은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핵보유국인 이웃을 북쪽에 두고 있으면서도 자체 핵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내가 만약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균형이 맞지 않아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면 어떤 기반 시설이 전제돼야 하는지에 대해 예비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고위급이 아닌 실무 수준에서 이런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중요한 억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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