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답 속에 명답이 있다...신간 '수평선 너머에서'

전정희 2023. 10. 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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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는 빈삼각이 없어야 하고 카메라처럼 핀트가 맞아야 한다.'

'같은 뜻일 때는 한 글자라도 짧은 글이 좋은 문장이다.'

인간의 본성과 습속을 예리하게 천착하고 분석하여 극도로 응축된 간결하고 함축 있는 잠언 형식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프랑스의 모랄리스트들의 전통인데, 우리나라에서 그 형식을 이어받은 한 모랄리스트의 탄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는 짧은 문장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인간적 위엄을 유지하고자 하는 담대한 태도를 견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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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리한 천착의 잠언 문장
언론인 김성우의 단장집(斷章集)...통찰의 언어 미학

‘문장에는 빈삼각이 없어야 하고 카메라처럼 핀트가 맞아야 한다.’

‘같은 뜻일 때는 한 글자라도 짧은 글이 좋은 문장이다.’

‘단답 속에 명답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모랄리스트의 한 모형을 제시한 단장집(斷章集) '수평선 너머에서'(도서출판 깊은샘)가 발간됐다.

'단장집'은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활발한 문학 장르이다.  우리나라에선 이 책이 첫 단장집인 셈이다. 단장은 한 체계로 묶지 아니하고 몇 줄씩의 산문체로 토막을 지어 적은 글을 말한다. 

인간의 본성과 습속을 예리하게 천착하고 분석하여 극도로 응축된 간결하고 함축 있는 잠언 형식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프랑스의 모랄리스트들의 전통인데, 우리나라에서 그 형식을 이어받은 한 모랄리스트의 탄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 김성우(언론인)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간결하지만 섬세하게 스케치했다.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현실의 본질을 관통하며 때론 살포시 때론 묵직하게 성찰의 힘을 보여준다.

1부 '짧은 생각들'에서는 인생, 행복, 괴로움, 시간, 사랑, 예술, 삶과 죽음 등 폭넓은 주제를 아우른다.

"세상은 있기 나름이 아니라 생각하기 나름이다. 세상은 자기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라며 흔들리지 말고 자기 주관으로 세상 살기를 말한다.

또한 "시간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간을 만들어 써라"라며 시간 없다는 변명으로 시간을 버리지 말고 자신의 시간을 만들라고 한다.

"모든 자유가 용인될 수 있어도 자유를 말살하는 자유만은 용인될 수 없다."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다."
사람에게 죽음이 없다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그 영생의 고통은 잠들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영원한 불면증의 고통과 같다고 말한다.

결국, 사랑을 하고, 예술을 즐기고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맞이하는 고귀한 죽음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것.

2부 '나는 누구냐'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와 의식의 궤적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생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나의 초상’은 모랄리스트의 일반적인 양식을 따른 것으로 철저한 작자 자신의 분석을 통해 한 인간형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그는 짧은 문장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인간적 위엄을 유지하고자 하는 담대한 태도를 견지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또 있을 필요가 없다. 나 하나로 족하다."

그러면서 다시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한평생 언론인으로서 거쳤을 그의 노정에 따른 결기가 느껴진다.

"어릴 적 모래성을 쌓던 바닷가에서 수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돌아온 옛 소년은 세상에서 주워 온 우화들을 조가비처럼 진열한 것이다"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던 소년이 나이를 먹어가며 얻은 인생의 자각. 곧 인생과 고독과 죽음과 문학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우리 각자의 삶을 반추하고, 선명하게 나 자신과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김성우 스케치

저자 김성우(89)는 한국일보 주필 출신 언론인으로서 파리특파원, 편집국장, 논설 고문 등을 거치며 44년간 외길 기자 인생을 살아온 한국 언론의 산증인이다.

지성에 대한 갈망으로 세계 문인들의 문학적 토양이 되는 장소들을 방문하고 기록한 '컬러 기행 세계문학전집'은 지금도 우리 언론사의 대표적인 연재물로 남아 있다.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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