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이종규 에트로코리아 대표_뉴 에트로 시대의 서막
이제 더는 페이즐리 프린트와 에스닉 무드만 앞세우는 에트로가 아니다. ‘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DNA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은 한결 ‘쿨’하고 ‘힙’한 ‘뉴 에트로’의 이미지를 한국 시장에 각인하겠다는 이종규 대표를 만났다.
“에트로의 헤리티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어떤 브랜드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적인 뉴 에트로를 선보일 겁니다.”
지난 5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에트로의 한국 지사장이자 에트로코리아 수장으로 이종규 대표가 부임했다. 이 대표는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 에트로를 리포지셔닝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가치를 한국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더 젊고 새로운 고객들을 창출해 국내 최고의 이탈리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트로는 1968년 패브릭 사업으로 시작해, 50여 년간 글로벌 명품 기업 중 몇 안 되는 가족경영 기업으로 알려졌던 패션 하우스다. 6가지 색색의 면사를 사용하여 자카르 기계로 페이즐리 문양을 직조한 고유의 아르니카 소재로 많은 사람에게 각인된 브랜드이기도 하다.
에스닉한 무드와 클래식한 매력으로 사랑받던 에트로는 지난 2021년 7월,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계열의 사모펀드 엘 케터튼(L Catterton)사가 에트로의 지분 60%를 인수하고 CEO가 바뀌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2022년 5월에는 패션 디자이너 마르코 드 빈센조를 여성, 남성, 홈 컬렉션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며 에트로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28년간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던 유통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국내에 직진출했다. 한국 시장에 더 집중하고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진행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브랜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에트로코리아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는 임무를 부여받은 이종규 대표는 디올코리아 CEO, 보테가 베네타코리아 CEO 등 굵직굵직한 브랜드를 거치며 이력을 쌓은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다. 구찌코리아 COO에 이어 페라가모코리아에도 몸담았다. 최근까지 몽끌레르코리아 COO로 활동하다 에트로코리아 수장으로 합류했다.
이 대표는 이미 보테카 베네타를 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하고, 디올을 새로운 이미지로 리포지셔닝해 핫한 브랜드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지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높은 성장을 이뤄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인정받는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9월 첫날, 논현동 에트로코리아 오피스에서 이종규 대표를 만나 ‘뉴 에트로’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 이 대표의 손에서 새롭게 변화할 에트로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았다.
에트로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나.
에트로는 브랜드 전체의 변화에 발맞춰 한국 시장에서도 리포지셔닝을 위해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약 9년 전 유사한 상황에 있던 디올이라는 브랜드에 변화의 초석을 다진 이력을 눈여겨본 이탈리아 본사의 러브콜을 받아 에트로에 합류하게 됐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럭셔리 브랜드를 두루 거치며 브랜드 마다 가치를 높이고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있을 것 같은데.
2008년 ‘보테가 베네타’라는 브랜드의 론칭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인지도도 무척 낮고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보테가 베네타라는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와 소개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재직하는 6년 동안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성장을 이끌며 한국 시장에서도 보테가베네타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에트로로 자리를 옮겨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은.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에트로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지만, 다소 정체되어 있고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에트로의 수장이 되어 브랜드에 대해 공부하고 깊이 들여다보니 역사와 전통을 기반 삼은 브랜드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꿈꾸고, 갖고 싶은 브랜드를 만드는 거다. 스토어 네트워크 재정비에 중점을 두고,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에트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0년 넘게 사랑받아온 브랜드다. 새로운 디자인의 창조뿐만 아니라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에트로 아카이브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가치는.
에트로는 1968년에 시작해 55년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에트로만의 가장 확실한 무기는 제품의 약 98% 이상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메이드 인 이태리(Made in ITALY)’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적인 혁신이 담긴 패브릭은 에트로만의 유산이다.
또 하나는 에트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그니처 페이즐리 문양인 ‘아르니카’이다. 아르니카는 6가지 색색의 면사를 사용해 자카르 기계로 페이즐리 문양을 정교한 수작업으로 직조한 패턴이다. 여기에 에트로만의 비법인 아르니카 식물에서 추출한 기름을 활용한 코팅으로 내구성을 더해 핸드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직물이다. 단순히 실용적이고 가볍기만 한 PVC 소재와는 차원이 다른, 장인정신이 깃든 유니크하고 가치 있는 소재다.
이 두 가지는 에트로가 향후에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자 브랜드의 DNA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교류해온 중간 유통업체를 배제하고 지난 2020년 한국에 직진출했다. 브랜드에서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 한국의 비즈니스 볼륨뿐만 아니라 영향력도 커졌고, 덩달아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의 세련된 취향도 널리 알려졌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서도 한국 고객들이 받아들이면 세계 어떤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기대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에트로 역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대단하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률도 궁금하다.
아직 브랜드를 리포지셔닝하는 단계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 건강한 성장이다. 새로운 고객이 늘어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뉴 컬렉션에서 창출되는 매출에 더 의미를 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 드 빈센조가 야심 차게 선보인 첫 번째 백 ‘벨라 백’은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앞세워 국내외 셀러브리티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단숨에 브랜드의 뉴 시그니처 백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벨라 백 판매율이 높은 나라다. 벨라 백 매출 1위가 여러 나라가 포함된 유럽 지역 전체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보다 높은 판매율은 차치하고라도 브랜드에서 주력하는 신상품인 데다 MZ세대를 비롯한 신규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양적인 성장에 연연하기보다는 의미 있고 건강한 성장에 집중하고 싶다.
지난해 에트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 드 빈센조’를 영입하고 한층 젊고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잘 알려진 브랜드인 반면 다소 올드한 브랜드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한 전략이 있나.
‘올드’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역사와 전통,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노하우가 담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드하다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다. 단지 올드한 사고를 경계할 뿐이다. 사람이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다 해도 끊임없이 젊은 사고와 애티튜드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브랜드 유산과 경험을 현대적이고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고객들에게 에트로의 매력을 어필하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남성 단독 매장을 확대하며 남성 컬렉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약 18년 전 에트로가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안타깝게도 한국 시장에 소개된 것이 고작 1년 반 전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전체 매출 중에 남성 컬렉션의 비중이 거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물론 여전히 에트로가 주력하는 여성복과 핸드백이 전체 매출의 60~70%를 끌고 갈 거라 예상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남성복이 훨씬 더 크고 기회도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성 매장 2개와 팝업 매장 1개를 운영 중인데, 앞으로 에트로만의 유니크함이 녹아 있는 남성복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패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에트로만의 무기가 있다면.
무엇보다 제조 베이스로 시작했다는 것이 굉장한 강점이다. 에트로는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패브릭 메이커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브랜드로서 혁신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패브릭을 많이 갖고 있다. 의류부터 핸드백 등 액세서리까지 브랜드가 보유한 패브릭을 활용해 얼마든지 새롭고 럭셔리한 상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앞서 언급했듯 제품의 98%를 이탈리아에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원가 상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슈를 감안하면 아직도 ‘메이드 인 이태리’를 고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에트로는 절대 다른 이유를 앞세워 퀄리티와 타협하지 않고 이탈리아 생산을 유지하며 브랜드의 DNA로 만들었다.
이런 부분들이 에트로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확실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케이팝 스타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콧대 높은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들이 앞다퉈 케이팝 스타들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모셔가고 있으니 정말 기분 좋은 현상이다.
모든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좀 더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파급력이 큰 케이팝 스타들을 앰배서더로 내세워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트렌드라고 본다.
에트로도 먼저 내실을 단단히 다진 후에 우리가 지향하는 이미지의 앰배서더를 찾아 함께 마케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이템이나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에트로의 셔츠와 재킷이 특히 마음에 든다. 그동안 블랙, 그레이 등 무채색을 즐겨 입었는데, 에트로만의 컬러와 유니크한 패턴이 볼수록 마음에 들더라. 얼핏 보면 아무나 소화할 수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밋밋한 룩에도 에트로만의 터치를 더해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 한번 입어보면 다른 옷을 입을 수 없을 만큼 편안함과 장인정신이 녹아 있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우선 지금 진행 중인 스토어 네트워크의 정비를 마친 후 내년 시즌부터는 서울 강남권이나 수도권의 주요 백화점과 쇼핑센터에서 고객들이 에트로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유통망 확장에 힘쓸 예정이다. 2~3년 이내에는 남성과 여성, 액세서리뿐 아니라 홈 컬렉션까지, 브랜드의 역량을 결집해 에트로의 유니버스를 보여줄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고객을 꿈꾸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새로운 선택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브랜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에트로는 다른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특유의 유니크함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로 확고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한국에서 에트로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DNA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새롭게 해석될 잠재력이 많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메이드 인 이태리’는 앞으로도 에트로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가치다. 단순히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것을 넘어 최상의 소재와 최고의 디자인 감성, 정교한 장인정신까지 모두 함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트로가 가지고 있는 원단에 대한 장점을 최대로 끌어올린, 모던하면서도 실용적인 룩으로 지루할 틈 없는 에트로의 세계를 한국 시장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독창적이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새롭게 리브랜딩된 에트로의 모습을 기대해달라.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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