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조각난 공휴일 재배치 어떤가요

추석을 포함한 6일간의 연휴가 끝났다.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덕택에 가능했다. 긴 연휴를 마치고 난 다음 일상으로의 복귀는 아쉽지만 ‘쉬었으니 이제 연말까지 열심히 일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 효과는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의 휴일은 주5일제 근무를 기준으로 117일이다. 한 해의 32%를 쉬는 것이다. 숫자로 보면 적지 않다고 느껴지지만, 막상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원인은 휴일 가운데 상당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설과 추석은 고향을 방문해야 하고 어린이날은 아이들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휴일은 아니지만 어버이날 역시 부모님을 찾아뵙고,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날이다. 달력에는 분명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평일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터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경우 실제 쉬는 일자는 감소하게 된다.

다행히 2014년부터 설날과 추석 그리고 어린이날을 대상으로 대체휴일제가 시행되었고 올해부터는 성탄절과 부처님오신날까지 적용되면서 일정부분 휴일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휴일은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가 휴일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연속적이고 긴 휴일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 공휴일 10일 가운데 6일이 요일이 지정되어 있는데 추수감사절을 제외한 5일은 모두 월요일로 지정되어 있다. 나머지 4일의 경우도 대체휴일제가 시행되기 때문에 연휴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성년의 날(1월), 바다의 날(7월), 경로의 날(9월), 스포츠의 날(10월) 등을 월요일로 지정하도록 하면서 연휴를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휴일과 휴일 사이의 평일을 휴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직장인은 6월을 제외하고 매월 3일 연휴가 가능하다.

휴일의 확대를 위해 공휴일을 추가로 지정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결국 남은 방법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자가 아닌 요일의 지정을 통해 연휴를 확보하는 것이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의 경우 해당 기념일이 포함된 주의 월요일 또는 금요일로 지정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으며 설날과 추석의 경우 해당주의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를 지정함으로써 5일 연휴를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휴일의 추가지정보다 더 근본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노동시간의 단축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01시간보다 20% 더 길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49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우리는 50%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자영업 비율 및 소규모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 단축논의는 대기업과 공공 부분 등 특정 계층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우리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을 통한 공휴일의 지정을 노동시간 단축의 우회로로 채택하고 있다. 공휴일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다른 국가에 비해 첨예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공휴일을 추가로 지정하기보다는 기존의 공휴일을 재배치하여 제대로 된 휴식과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