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생활 방식’·‘부여안다’…외부인에서 현지인으로 바라본 나의 터전 [지역 아카이빙, 로컬 매거진②]

류지윤 2023. 10. 6. 1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뜻 맞는 이웃 청년들과 시선 확장해 발행 예정"

4년 전 평택에서 독립서점 '생활방식'을 오픈한 이예슬 씨는 평택 지역 최초 로컬 매거진 '계간 생활방식'을 발행하고 있다. ‘평택다운 것’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기보다는, 10년째 평택에서 머물고 있는 자신의 시선으로 평택을 기록하고 싶어 시작한 '계간 생활방식'은 현재 4호를 준비 중이다. 3호까지는 혼자 꾸려왔지만, 시선을 확장하려 평택에 있는 청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계간 생활방식, 냥터뷰 주인공 어리 ⓒ계간 생활방식 제공

'계간 생활방식'이 만들어진 배경은 서점을 운영하며 자신도 독립 출판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평택에서 지역 문화 재단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를 녹여내 평택에 시도된 적 없는 로컬 매거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안녕 망원'의 전다원 편집장의 '안녕 로컬' 수업을 듣고 실행을 결심했다.

이예슬 씨는 "회사 생활도 해봤고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공모 사업도 해봤다. 공모 사업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많이 해보기도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런 경험을 독립 서점 안에서 풀어낼 고민을 했었다. 지역을 소개하는 앱을 개발해 볼까도 싶었지만 로컬 매거진을 만난 후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다"라며 "'안녕 로컬' 수업을 듣고 인상 깊었던 게 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치를 스스로 깨달아가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엄청 멋있고 뛰어난 퀄리티로 만들어야겠다는 욕망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기록을 남긴다는 목적이었다"라고 밝혔다.

창간호는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 셀프 인터뷰를 비롯해 캔들 공방을 소개하고, 자영업자들을 섭외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동네의 고양이들을 사진록으로 남기고, 독립출판 박희정 작가를 인터뷰했다. 이예슬 씨는 "어떤 분들의 이야기를 실을 건지 기획하고, 미팅을 했다.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지 고민을 하다 보니 인터뷰의 깊이가 달라졌다"라며 "제가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를 잘하지 못한다. 그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란 생각이었고 텀블벅 펀딩으로 창간호가 나오게 됐다"라고 탄생 과정을 설명했다.

이예슬 씨는 '계간 생활방식'을 통해 자신도 한층 성숙해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며 "'계간 생활방식'을 만들어오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개업한 카페를 한 번 인터뷰한 후 세 권을 사장님께 드렸다. 이후 사장님께서 파일로 달라는 연락을 주셨다. 알고 보니 사장님의 아버님께서 사진을 찍으셔서 인쇄해 앨범으로 액자를 걸어놓으셨더라. 그게 너무 재미있고 따뜻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인터뷰한 분들은 초등학생 시절 '가족신문'처럼 받아들이고는 한다. 그들뿐만 아니라 나도 이 경험을 통해 자라나고 충만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계간 생활방식'은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홍보를 하지 않고 오로지 독립서점 '생활방식'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이예슬 씨는 "스마트폰 시대가 10년이 넘어가며 디지털에 대한 반감이 조금 생겼다. 그래서 오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책방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갖고 오프라인에 흥미가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예슬 씨는 "'계간 생활방식'의 목표는 10호를 특별판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같은 뜻을 가진 청년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 콘텐츠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로 계속 진행해 평택 로컬 매거진으로 자리 잡고 싶다"라고 밝혔다.

ⓒ부여안다 인스타그램

부여에서 퓨전 레스토랑 '부여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한솔 씨도 부여의 로컬 매거진 '부여 안다'를 만들었다. 부여에 젊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지 고찰한 후,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청년 지역 문화를 만들기 위해 청년들과 연대해 로컬 모임이 탄생했다.

'부여 안다' 매거진의 출발은 타지에서 온 청년 세 명이, 부여에서 지낸 1년간의 기록을 책으로 내보기 위함이었다. 김한솔 씨는 "제가 먼저 부여에 온 후, 두 명의 친구에게 1년살이를 제안했어요. 그러던 중 부여에서 또래 친구를 만나 총 네 명에서 로컬 매거진을 위해 의기투합했다"라고 말했다.

'부여 안다'의 1호 콘셉트는 '어떻게 지내'였다. 말 그대로 자신들이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사는지 글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여의 이야기가 녹아들었다.

'어디서 지내' 챕터에서는 규암 마을 그림지도, 사진으로 남긴 부여, 소멸 위기 지역 청년 유입 지원계획, '뭐하고 지내'에서는 당신의 시골이 되어드립니다 에세이, 마을 책방에서 온 편지, '누구와 지내'에서는 농부 친구의 '왓츠 인 마이 농장', 동물의 시선으로 본 부여 웹툰 등 재미있는 기획으로 채웠다.

ⓒ'부여 제철소' 운영 중인 김한솔 씨

김한솔 씨는 "시골에서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겪고 관찰한 시골의 삶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지 않았다. 누구보다 치열했고 열정적이었다. 치열한 삶이 있는 2030의 고민 흔적들도 같이 남겨보려 한다"라고 전했다.

김한솔 씨는 "이곳에 와서 모임을 하고 로컬 매거진을 하며, 내 삶이 선명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삶을 살았고 과열된 경쟁에서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여에서는 우리가 하는 일이 주목과 응원을 받으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뮤지컬 시민 뮤지컬 '부여비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앞으로도 뭘 더 도전하고 기록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