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없다" 유인촌 후보자 압박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野 "블랙리스트 없다는 건 위증…증거 차고 넘쳐"
與 "관련 고소·고발 전혀 없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력 부인에 나선 가운데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5일 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블랙리스트 전략인 ‘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 보고서가 핵심 내용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유 후보자의 블랙리스트 관여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과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일명 82인 명단) 문건에 당시 문체부 장관인 유 후보자가 관여했는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청와대의 주문에 따라 당시 문체부가 사실상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백서에서 언급한 당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에는 ▲건전문화 세력 형성, 새로운 싱크탱크로 문화정책 포럼 만들고 사단법인화 ▲대규모 문화자본과 정부 간 새로운 문화펀드 조성 ▲콘텐츠 공모전을 통한 건전 인재 기반 조성 등이 담겨있다.
민주당은 실제로 청와대 문건 작성 3개월 뒤, 사단법인 한국문화컨텐츠산업협회가 출범되고 조직기구에 문화콘텐츠 포럼을 만들어 청와대 주문에 따라 문체부, 방통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등에서 연구, 심포지엄 출판 등에 필요한 비용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체부 산하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이 문건에 따라 조성된 800억 규모의 펀드를 통해 화이트 리스트에 오른 영화와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한편, 청와대 요구에 따라 설립된 한국문화컨텐츠 산업협회와 클린콘텐츠국민운동본부가 개최한 콘텐츠 공모전에 문체부 후원과 문체부 장관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은 엄호에 나섰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해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고소나 고발이 전혀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고, 국민의힘 출신인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은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제가 확인한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문체부가 거의 관여하지 않은 ‘국정원 원 트랙’으로 가동된 것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 역시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유 후보자는 "제가 (문체부 장관으로) 일을 하고 있을 당시엔 그런 문건이 어디서 나오거나 발견된 적이 없었다”며 “(블랙리스트는) 절대 존재하지 않았고, 블랙리스트라는 말 자체도 당시에는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체부 장관 재임 시 국정원으로부터 직접 보고 받거나 문건을 별도로 수령한 사실이 있냐"고 질문했다.
유 후보자는 "없다"고 답하며 "실제로 제가 (문건을) 보거나 전달받은 일이 없고, 국정원에서 문체부에 찾아와 직접 뭘 주고 간 적도 없다. 그 진위나 누가 작성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정확히 믿을 수 없고 실제로 진행된 사안도 없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 후보자의 이름이 무려 104번이 언급돼 있다"며 "그 정도로 증언들이 후보자를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 자체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유 후보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그런 일을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에서 이런 일을 했으면 '석고대죄해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제가 일할 때 명단을 만들어서 배제하거나 불평등한 지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한, 유 후보자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고, 저를 반대한다고 또 다른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며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할 일을 더 많이 생각할 때인 만큼 반대하는 분들이나 반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다"며 "저를 반대하는 분들을 문화예술인으로 말하고 싶진 않다. 그분들은 문화행동가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많은 분은 현장에서 춤추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예술가들인데, 제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그들을 배제했다면 지금 (저를 지지하는) 행동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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