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거듭하는 KBS 사장 선임, 이대로 '낙하산' 강행?
[신상호 기자]
▲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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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선임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서기석 KBS 이사장이 4일 사장선임 절차를 일방 중단한 가운데, 5일에는 최종 결선 투표에 오른 최재훈 KBS 부산방송총국 기자가 사퇴를 선언했다. 결선 투표 대상자는 그간 '낙하산 사장설'의 주인공이었던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만 남게 됐다.
어찌보면 정권의 의도대로 돌아가는 모양새지만, 박 후보자의 선임이 강행될 경우 절차적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물론 KBS 내부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결선 투표 오른 최재훈 KBS 기자 사퇴
KBS 이사회에 따르면, 결선 투표 대상 후보였던 최재훈 KBS 부산방송총국 기자가 지난 5일 "사퇴가 KBS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 확신해 주저 없이 물러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사회의 정파적 표결에 자괴감을 느꼈다"며 "분열의 빌미가 되는 듯해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결선 투표 대상 후보자는 박민 전 논설위원 1명만 남게 됐다.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4일 임시이사회에서 박민 전 논설위원과 최재훈 기자, 이영풍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 등 후보자 3명에 대한 면접과 표결을 진행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는 나오지 않았고, 박민 전 논설위원과 최재훈 기자가 상위 득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규정대로라면 결선 투표가 이뤄져야 했지만, 서기석 이사장은 정회 끝에 결선 투표를 6일로 미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KBS 안팎에서는 정권의 낙점을 받은 박민 후보자가 탈락할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당 추천 위원이 과반(여당 6, 야당 5)인 상황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기에, 여당 측 위원들간 이견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결선 투표를 미루는 데 찬성 의견을 내지 않았던 김종민 이사(여당 측)가 5일 이사회 사무국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종민 이사가 사퇴 의사를 거두지 않는다면 향후 이사회는 여야 동률(5대5)인 상황에서 개최된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재훈 후보가 자진 사퇴하면서, 일단 정권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민 후보자를 추대하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야당 측 이사들은 4일 사장 후보자를 선임하기로 한 규정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사장 공모 절차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사퇴를 선언한 여당 측 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여야 동률 구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여당 측 이사들이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6일 오전 간담회 형식으로 KBS 이사들이 다시 모였지만, 사장 선임과 관련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박민 후보자가 사장 후보자로 선임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실현 가능성조차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퇴를 선언한 여당 이사가 복귀하고, 여당 이사들이 박 후보자 추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들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의 일본계 기업 자문 논란 등이 부각 될 수 있다.
KBS 보수 성향 노조도 '박민 OUT'
박 후보자가 곡절 끝에 사장 임명장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봉합되는 건 아니다. 그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KBS 내부의 집단 반발이다. 현재 진보 성향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물론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도 "애초에 박민씨를 밀어붙이는 우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박 후보자의 사퇴와 사장 재공모를 촉구하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5일 성명서를 통해 "당신들(박민 후보자를 선임하려는 권력 집단을 지칭)은 공영방송이 바로 서는 것을 방해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에게도 엄청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역시 같은날 성명을 통해 "서기석 이사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KBS 이사회는 '친윤 정실 사장' 졸속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런 터라, 박 후보자가 사장에 선임되더라도 정상적인 사장 업무 수행은 물론 사무실 출근마저 KBS 노조원들에 의해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
KBS 이사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사장 선임 절차가 사실상 어그러진 상황에서, 정권이 비호하는 후보가 임명되는 상황은 있을 수도 없고,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면서 "KBS 내부 직원들이 성향과 관계없이 반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권 의중이라고 거론되는 후보가 사장 자리에 오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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