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 주최 국제포럼서 '국제수송' 논의…무기거래 우회로 찾나

정영교 2023. 10. 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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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중앙재판소 대표단이 러시아가 주최한 국제 법률 포럼에 참가해 '국제 수송 문제'를 논의했다. 이를 두고 북·러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기거래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화물 운송과 관련된 법률적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러시아 최고재판소 주최로 제12차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제법률연단(포럼)이 지난 5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국제경제관계 참가국들의 민족적 이익과 권리 보호의 균형'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최근영 중앙재판소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측 대표단과 함께 중국, 베트남, 라오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16개국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 중국 측 팡촨(防川)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러대교(철교). 왼쪽은 러시아 하산역,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있다. 중앙포토

통신은 이번 포럼에서 외국 투자 보호 및 국제 수송 협조에서 기업 권리 보호와 각국의 사법적 이익 사이의 균형 보장과 관련한 문제가 토의됐다고 전했다. 토론에 참여한 북한 대표단의 단원은 "우리 공화국에서 나라들 사이의 경제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대외경제법 규범들이 완비되고 외국인 및 외국기업 투자 관련법, 합영·합작법들이 새로 채택·수정 보충되었다"고 소개하면서 자신들이 기업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기준을 인정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북한이 외국 투자자 보호와 국제 수송 분야에서 법률·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동서발전이 수입한 러시아 시베리아산 유연탄 4만7000t을 실은 화물 열차가 2015년 4월 20일 함경북도 나진항에 도착한 모습. 통일부 제공, 뉴시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러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힌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주목했다. 안병민 북한경제포럼 회장은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철도 운행을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에 법적인 미비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등 대륙철도와의 연결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러 양국이 특별한 관심을 가진 사업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극동 지역의 풍부한 자원과 곡물 등을 수출할수 있는 부동항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도 나진항 사용에 따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뿐더러 나진항 일대를 극동 무역의 요충지로 발돋움시킬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블라디보스토크 크네비치 군비행장에서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이 장착된 미그-31 전투기를 만져보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일각에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러 간 무기거래에 대해 경고하는 상황에서 이번 포럼을 통해 무기거래를 위한 우회로를 찾는 한편 자신들의 열차 운행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면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 CBS는 5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대포를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CBS는 "이번 무기 이전이 새로운 (무기) 장기 공급의 시작인지, 혹은 북한이 대가로 무엇을 받는지는 명확지 않다"면서도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군사협력이 이번 주 형태를 갖춰가는 모양새다"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미국 민간위성 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22일 북·러 접경지역인 두만강역 인근에 있는 차량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의 모습. 사진에는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포착됐다. RFA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북·러 양국이 열차를 이용해 무기거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포탄의 경우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주로 철도로 운송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직후부터 접경지역인 두만강역 인근에서 화물 운송을 준비하는 정황이 위성사진에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 지난 3일 미국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일까지 두만강역에서 약 1.2㎞ 떨어진 차량기지 일대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포착됐다고 전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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