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신형 핵미사일 시험 성공"…핵실험 재개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33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푸틴 "신형 핵미사일 시험 성공"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내가 몇 년 전에 발표한 최신 전략무기에 대한 작업을 이제 사실상 마쳤다"면서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니크(Burevestnik)'이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부레베스니크 순항미사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선 'SSC-X-9 스카이폴(Skyfall)'로 불린다. 지난 2018년 푸틴 대통령이 공언한 6개 신무기 중 하나로 항속거리와 비행시간이 무제한이며, 낮은 고도에서 날아 서방 방공망을 회피하고 핵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일 뉴욕타임스(NYT)는 위성사진과 항공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개발 중인 부레베스니크 순항미사일 시험이 북극권에 있는 미사일 기지에서 진행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음 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크렘린궁 공식 입장을 뒤집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러시아 국방부도 부레베스니크 순항미사일 시험 성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서방에선 부레베스니크 순항미사일을 아직 미완성으로 보고 있다. 미국 비영리기관 핵위협방지구상(NTI)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에 13회 시험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푸틴 대통령은 3대 핵전력 중 하나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시스템도 거의 완성됐다고 밝혔다. 사르마트는 최대 15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차세대 ICBM으로, 최대 사거리가 1만8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3년 만에 핵실험 재개 경고
푸틴 대통령은 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이론적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우리가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CTBT에 대해 러시아는 1996년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으나, 미국은 1996년 서명했을 뿐 비준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도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러시아 하원이 비준 취소를 하고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90년 10월 북극권의 노바야제믈랴 제도 시험장에서 마지막 핵실험을 실시했다. 만약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하면 33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다만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경우 방어용으로만 핵을 사용한다는 러시아의 핵 독트린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그 어떤 것도 러시아의 존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러 공습으로 우크라 51명 사망
한편 이날 오후 러시아군이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으로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州) 쿠피얀스크 인근의 흐로자 마을을 공격해 8세 소년 1명을 포함해 민간인 최소 51명이 숨졌다. 피해자 일부는 전사한 우크라이나 병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카페에 모여 있다가 화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 마을 인구 5분의 1이 단 한 번의 테러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3차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기가 어디(민간인 시설)를 공격하고 있는지 몰랐을 리 없다"면서 "짐승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에 짐승 같은 행동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흐로자는 개전 초기 러시아에 점령됐다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됐다. 앞서 지난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쿠피얀스크 등 인근 지역의 군 부대를 방문한 바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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