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함장, 윤 정부 천안함 홀대 비판 "천안함이 부끄럽나"
[박성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찬에는 천안함 생존 장병과 희생자 유족, 천안함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 유족, 연평해전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유족 등 20명이 참석했다. 2022.6.9 왼쪽부터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윤 대통령, '목함지뢰 영웅'인 하재헌 예비역 중사. 2022.6.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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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향해 "현충원 묘비 닦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비판했다. 또 국가보훈부 정책자문위원직을 지난 9월 27일부로 사임했음을 공개했다.
최 전 함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명절 연휴 동안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적어본다"라며 "지난 국군의 날 경축연 행사장에서 국가보훈부 장관을 우연히 만났는데 다가와 첫 마디가 '내가 자기 전화를 안 받는다'고 따지는 것이었다"라고 적었다.
최 전 함장은 "통화 내역을 확인해 보니 박 장관의 부재중 전화는 현충일 오후의 단 한 통뿐이었다"라면서 "그런데 자신이 도와주려고 내게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충일 행사 화면에 '천안함 좌초' 표기
이어 그는 "지난 서울 현충일 행사 중 천안함 생존장병 중 한 명이 VIP께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는 장면 때 있었던 일"이라며 수여 당시 연단 보조 화면에 "2010년 3월 26일 북한 어뢰공격으로 배가 좌초"라는 설명이 적혀져 있었다고 밝혔다.
좌초는 "배가 암초에 얹히는 것"을 뜻하으므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좌초됐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잘못됐다.
최 전 함장은 이에 대해 "행사를 마치고 보훈부에 항의했고 박 장관이 일정을 다 마친 후 전화했으나 화가 나 받지 않았다"라면서 "그후 유족들이 장관에게 사과 요구를 하자 일정이 바쁘다며 2개월여를 미루다 8월에 만나 사과는 하는둥마는둥하고 유족들에게 '최 전 함장은 보훈부에서 법적 대응을 도와주려고 해도 자기 전화를 받지 않는다'라고 했다고 한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족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보훈부 직원들에게 최 전 함장이 천안함 교육을 해줄 것을 요구해 "지난 9월 12일 보훈부에 첫 안보 강연을 갔으나 장·차관은 모두 부재했고 현충일 사건 당시의 주무국장도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오히려 직원 한 명이 보훈부 행태를 지적한 강연 내용을 따졌다"고 최 전 함장은 밝혔다.
이어 최 전 함장은 박 장관을 향해 "장관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함장은 내 전화도 안 받고'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이 아닐까. 앞뒤 다 자르고 누가 들으면 나는 '감히 높은 분의 전화와 도움을 거부한다'고 오해할 언행을 하고 있다"고 박 장관을 비판했다.
▲ 최원일 천안함 전 함장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향해 "현충원 묘비 닦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 전 함장은 국가보훈부 정책자문위원직을 지난 9월 27일부로 사임했음을 공개했다. |
ⓒ 최원일 전 함장 페이스북 |
국군의날 행사 초청 대상에서 빠져
최 전 함장은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 9월 27일에도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에 대한 윤석열 정부 국방부의 대우를 비판한 바 있다.
최 전 함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참가하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부터 몇 년간은 많은 유가족, 생존 장병들이 행사에 초청을 받았었고 유족 대표 분들은 항상 단상에 자리가 배정되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작년부터 유족 회장단, 생존자 대표 등 3~4명만 초청되었고 올해는 연락이 없다가 내가 해군본부에 문의 후 부랴부랴 급하게 일부만 초청장이 왔다. 처음부터 초청 대상에서 빠졌던 것"고 밝혔다.
▲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 9월 27일에도 천안함 유족 및 생존장병에 대한 윤석열 정부 국방부의 대우를 비판한 바 있다. |
ⓒ 최원일 전 함장 페이스북 |
이어 최 전 함장은 "이윽고 경축연 행사가 시작되고 VIP 축사 도중 참석한 유공 장병들을 호명하는데 유독 천안함만 빠졌다. 순간 전준영 전우와 서로 눈이 마주쳤고 매우 민망했다"며 당시 감정을 회고했다.
최 전 함장은 "여전히 국방부와 군은 천안함이 부담스러운 존재인 것 같다"면서 "진정 국방부와 군은 천안함을 부끄러운 역사로 여기는가. 만약 그렇다면 내년부터 천안함은 초청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방부가 천안함 유족과 생존 장병들을 홀대한 점을 비판했다.
최 전 함장은 "용산의 천안함 모자, 티셔츠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혼돈스러운 하루"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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