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고독사의 그늘이 짙어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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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외로운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매일 10명에 가까운 이가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동안 고독사는 의미조차 모호한 존재였다.
하지만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개념이 체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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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외로운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28일. 숨진 채 발견된 40대 학원강사 A씨. 명문대 출신인 그는 서울 강남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던 인물이다. 가족과는 떨어져 살았고 이웃과 왕래도 없었다.
그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됐다. 홀로 죽음에 이르고 몸이 썩어가기까지 그를 찾는 이는 없었다. 두 달 전부터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신고는 있었지만, 주변인은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홀로 외롭게 세상과 작별했다. 그리고 오랜 기간이 지나서 발견됐다.
A씨처럼 세상의 무관심 속에 생을 마감한 이는 한 해 얼마나 될까. 2021년 기준으로 3378명에 이른다. 매일 10명에 가까운 이가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8개월에 걸쳐 고독사 실태를 조사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결과다. 정부는 5년 주기의 고독사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진행했다.
그동안 고독사는 의미조차 모호한 존재였다. 정의가 제각각이니 통계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개념이 체계화됐다. 법은 고독사를 이렇게 규정한다.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
지난 5년간 고독사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세대별로는 50~60대가 많다. 성별로는 남성 고독사가 여성보다 4배 이상 많다.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 실직과 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연령대가 고독사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
단절된 삶과 사회적 고립은 특별한 사람만 경험하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사회 흐름의 변화와 맞물려 가족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부모, 형제, 자녀로 촘촘히 연결된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 안전망은 과거의 얘기다.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게 예의로 받아들여지는 시대. 부모, 형제 그리고 자녀도 이런 흐름 변화에 예외는 아니다.
파편화된 삶은 양날의 검이다. 개인의 자유는 과거보다 확장할지 모르나 사회 안전망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는 인간의 생과 사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죽음의 시간을 맞이한다. 삶을 마감할 때 사랑하는 어떤 이가 자기 곁에서 임종을 지켜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렇게 세상과 작별하길 바라는 이가 대부분이겠지만, 뜻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고독사 위험에 이미 노출돼 있는지도 모른다. 고독사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는 얘기다.
2025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고령 인구에 해당하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예상보다 더 빨리 늙어가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관해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이웃이었던 어떤 이가 외롭게 생을 마감하도록 방치하는 사회가 돼서는 곤란하다. 나와는 관계없는 문제로 받아들이는 동안에도 고독사의 그림자는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류정민 이슈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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